통상적인 관례로 남의 무덤만큼은 아무리 자기 땅에 있더라도 땅주인 마음대로 건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요.
때문에 개발에 따른 무덤 이장과 관련하여 잦은 소송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상의 무덤을 절대로 옮기지 않는 후손의 배짱,
남의 조상무덤은 아랑곳 없이 개발을 강행하는 업자들,
과연 누가 강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얼마 전에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말았답니다.
골프채라곤 손으로 잡아본 적도 없는 놈이 골프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겠다는 친구를 따라 들어갔던 시내의 모 골프연습장,
"아하!~ 골프연습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생각하는 찰나,
눈앞에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골퍼들이 연습타석에서 때려내는 수백,
아니, 수천 개의 골프공들이 푸른 잔디밭으로 무작위로 날아가고 있었는데요,
그 잔디밭에 다름 아닌, 무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덤의 후손과 골프장 업자 간에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때려대는 골프공들을 속절없이 맞고 있는 무덤 속 주인은 무슨 죄인지 모르겠더군요.
예상컨대, 골프장이 생기기전부터 있었던 무덤으로 보여 지는데요,
산소 이장과 관련하여 뭔가 남들이 모르는 속사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필이면 골프장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덤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골프공들,
날아오는 골프공으로 인한 충격과 소음도 만만치 않을 텐데,
묘에 잠들어 있는 고인은 편히 잠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광경인데요,
이 모습을 보니 문득,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다룰만한 사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제주도는 다른 지방에 비해 유난히 조상의 묘를 극진하게 모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산담만 봐도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마소를 풀어놓고 키워왔던 제주도,
간혹 마소들이 산소로 침입(?)하여 무덤을 훼손하곤 하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주도의 묘에는 대부분 현무암으로 울타리를 쌓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묘의 훼손을 방지하는 것 외에도 내 조상님 만큼은 극진히 모시겠다는 후손들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어느 지방을 가든, 조상님이 편안해야 후손들이 잘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는 것 말고 어떠한 사연이 숨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일매일 비 오듯 쏟아지는 골프공을 맞으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무덤을 보니
왠지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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