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만 원짜리 중고 교복의 사연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내,

다른 때 같으면 퇴근하는 남편을 보고 바깥 날씨가 어떠니 하면서 한마디 걸어옴직도 한데,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아내,

 

사람이 들어와도 보는 둥 마는 둥, 대체 무얼 하느라 저리도 열심일까.

조용히 다가가 살펴보니, 아이들 학교 교복에 박힌 명찰 자수를 한 올 한 올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교복의 이름표는 왜 뜯어내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더 의아한건 교복에 적힌 이름이 우리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던 것,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교복을 손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웬 교복이야?"


"응...누구, 줄 아이가 있어서 그래~"


"새 교복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누굴 준다는 거니?"


"민철이 친구 중에 진수라고 알지?"


"응...알지"


"걔, 교복이 없어서 줄려고 중고교복 하나 사왔어, 이름 다시 박아서 줄려고..."


"진수 교복을 왜 당신이 사주는 건데?"

 

 

아들친구 중에 진수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교복이 아내가 장만을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중고교복으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여름이 끝나고 막 추워지기 시작하던 얼마 전,

학생들은 대부분 입고 있던 하복을 정리하고 두터운 동복을 꺼내 입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희들도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두터운 동복을 꺼내 입혔지요.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을까,

아들 녀석이 여벌로 갖고 있던 동복 윗도리 하나를 친구인 진수에게 빌려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이유가 참으로 딱했던 것입니다.


아들 친구인 진수는 몇 해 전에 말 못할 사정으로 부모의 손을 떠나 할머니와 지내고 있었는데,

동복으로 갈아입을 시기가 되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하복을 입고 다녔던 것입니다.

 

보다 못한 아들 녀석이 동복을 마련할 때까지 만이라도

여벌로 갖고 있던 윗도리를 친구에게 빌려주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정을 전해들은 아내, 바로 그길로 시내에 있는 중고 나눔장터로 달려간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있겠지만, 저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시내 대부분의 학교 중고 교복들을 수집해서 저가에 팔고 있는 나눔장터가 있거든요.

 

그곳에서 중고교복을 단돈 1만원에 비교적 상태가 좋은 걸로 골라 구입하고는

이왕에 주는 거 이름까지 반듯하게 달아서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들과 친구사이로 지냈던 녀석이라

아내는 진수네 집안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

자고나면 불쑥불쑥 자라는 아이들, 지난겨울에 입었던 교복을 입지 못해 새 교복을 장만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된다면 얼마동안을 하복을 입고 추위에 떨어야 하는지를 아내는 짐작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또한 남의 이름이 달린 교복을 빌려 입고 다니는 진수의 기분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망설일 것도 없이 중고교복을 사다가 손질하는 아내의 손길이 바쁜 이유입니다.

두 아이만을 키우는 어머니가 아닌 세상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 같은 아주 큰 어머니 같은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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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임욱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인께서 지금 우리나라 국모보다 낫네요. 자질을 그 반절이라도 흉내라도 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2014.11.18 02:52
  3. BlogIcon 이상훈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 ...

    2014.11.18 07:45
  4. BlogIco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부는 무상급식...그만좀 싸우고 이런거나 해결해라

    2014.11.18 07:47
  5.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4.11.18 11:20
  6. Favicon of https://basakura.tistory.com BlogIcon 바삭쿠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이야기 공감하고가요

    2014.11.18 12:17 신고
  7. Favicon of https://bearstarhouse.tistory.com BlogIcon 별곰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이야기 잘 읽었어요. 저 학교다닐때가 생각나네요. 저도 힘들게 학교 다녔는데...이 글을 읽으니 문득 그 때 생각이 잠시 납니다.

    2014.11.18 13:56 신고
  8. Favicon of http://darksmile.tistory.com BlogIcon 핑크엔젤하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간 눈물이 핑하고 돌았네요. 정말 좋은일을 하신거 같습니다. 꼭 좋은일을 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있다는걸 몸소 실청하시고 보여주신거 같아 마음에 더더 와닿은거 같아요. 존경합니다.

    2014.11.18 14:11 신고
  9. Favicon of https://iplantclinic.tistory.com BlogIcon 아이플란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을 안누를 수가 없는 글이네요
    감동했습니다~ 좋은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저도 본받아야겠어요

    2014.11.18 15:53 신고
  10. Favicon of https://skibb2.tistory.com BlogIcon 리보닝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이번에 중학생이되는데 저렇게 좋은 선배님을 두고싶다는 생각이됬어요!

    2014.11.18 16:58 신고
  11. Favicon of https://vldzmtordusvlf.tistory.com BlogIcon 행복 만들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마음이 정말 따뜻해 지네요^^

    2014.11.18 17:30 신고
  12. Favicon of https://saygj2.tistory.com BlogIcon 광주랑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광주공식블로그 광주랑입니다.
    추운날씨에 마음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아내분 마음이 너무 예쁘시네요
    광주랑 블로그에도 한번 들러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4.11.18 17:51 신고
  13. Favicon of https://filmmania.tistory.com BlogIcon 홍포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아들 맘씨 이쁜 엄마네요. 잠자기전 따뜻한 글로써 행복한 꿈을 꾸게될 것 같아요

    2014.11.18 22:55 신고
  14. Favicon of https://too-much.tistory.com BlogIcon 이진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쌀쌀한 날씨에 이런 훈훈함 덕분에 미소짓게 되네요!
    나중에 회상할 때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듯 합니다!!

    2014.11.18 23:04 신고
  15. Favicon of https://kimlee.tistory.com BlogIcon MolRang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2014.11.18 23:12 신고
  16. Favicon of https://evergreen446.tistory.com BlogIcon 여우사랑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네요.

    2014.11.19 00:06 신고
  17. Favicon of https://aquaplanetstory.tistory.com BlogIcon aquaplanet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사랑과 관심이겠죠 ^^ 진수가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2014.11.19 09:14 신고
  18. Favicon of https://sooya.tistory.com BlogIcon sooya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 존경합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감사합니다.

    2014.11.19 16:02 신고
  19. Favicon of https://qqqqqqqqqqqqqqq.tistory.com BlogIcon 서민정!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마음씨가 따뜻하네요..훈훈합니다^^

    2014.11.19 21:25 신고
  20. Favicon of https://jxisml.tistory.com BlogIcon 약간의여유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딸 아이가 중학교를 1년만 다녀야 해서 중고교복을 샀습니다. 중고교복도 쓸 만 합니다. 제 딸이 새로 이사하는 학교는 신설된 학교라서 중고교복이 없는 것이 섭섭하네요.
    여담이지만, 교복자율화가 되었는데도 교복을 입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사실 저는 한번도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자유롭게 옷을 입고 다닐만도 한데 굳이 교복을 입으라고 하는지 개인의 자유보다는 획일성을 강조하는 문화인 듯 합니다. 일본 교육의 잔재라고 할까요?
    그리고 요즘 교복은 왜 학교마다 다르나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학을 갈 때마다 새로운 교복으로 바꿔입는 것도 경제적인 비용이 많이 듭니다. 아니면 교복을 모양이 비슷하기만 하면 학교별로 통일하지 않고 다양하게 입고다니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조금 동떨어지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필요하다면 제 블로그에 정리를 해서 포스트하겠습니다.

    2014.11.23 09:09 신고
  21. 쭈도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학생입니다. 교복을 잃어버려서 하나 사려고 하는데 중고장터에 대한 정보 얻을수있을까요?

    2018.04.0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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