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도 석굴암이 있다는 사실 아세요?
가을 정취 가득한 제주의 숨은 명소
가을이 깊어가면서 제주의 단풍명소를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더군요. 사실 제주도에는 내륙처럼 그럴싸한 단풍명소가 많지 않답니다. 손가락을 꼽아도 다섯 손가락 정도면 충분할 듯 한데요, 가을 단풍 하나만을 위해 제주를 찾는다면 비추~!! 무엇보다도 제주도는 시시각각 바뀌는 특유의 기후 변화와 거친 바람에 의한 영향에 의해 단풍이 예쁘지가 않아요. 가끔 내륙에 있는 단풍명소에 가보면 상처가 없고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제주여행 중 가볍게 제주의 가을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가볼 데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 한곳, 여행객들이나 관광객들 보다는 제주시민들의 산책이나 운동코스로 많이 알려진 곳인데요, 깊어가는 가을 그윽하게 단풍의 정취를 느껴보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랍니다.
한라산에는 수많은 골짜기로 이뤄진 '아흡아홉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구십구곡이라고도 하는데요, 적송과 조릿대 등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고요한 정취가 그만인 곳입니다. 그 아흔아홉골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골머리인데, 이곳에 가면 수도승의 도량이라고 널리 알려진 천왕사가 있습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약수터가 천혜의 기암과 어우러진 명승지인데, 천왕사에서 산을 타고 조금만 더 오르다 보면 거대한 바위 속에 터를 잡고 있는 조그마한 암자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 하여 석굴암입니다.
석굴암이라는 명칭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아주 익숙할 겁니다. 경주의 불국사에 가면 너무 유명한 석굴암이 있지만 제주도에도 석굴암이 있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번화가인 제주 노형로터리에서 1100도로를 타고 한라산 방향으로 약9km 지점에 이르면 천왕사 입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도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1km 정도 오르면 석굴암 입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호젓한 이 길을 같이 한번 걸어볼까요.
사람들은 보통 석굴암입구에 주차를 많이 하는데, 저는 이곳에 올 때마다 1100도로변에 주차를 합니다. 차를 세워두고 걷는 1km의 구간이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들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도로로는 비자림로가 있는데, 비자림로는 통행하는 차량들이 많아서 사색을 즐기며 걷는 데에는 무리가 있답니다. 하지만 이곳은 차량이 거의 없어 새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낭만적인 길입니다.
길옆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는 대부분 편백나무인데요, 자세히 보면 삼나무도 상당수 보입니다. 대략 3분의1정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잘 분간하지 못하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비자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도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구별하는 법도 잠깐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줄기부분입니다. 사진에서는 조금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분하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저도 솔직히 줄기만 보고 구별하라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잎을 보면 확연하게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편백나무,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삼나무입니다. 편백나무는 측백 나무과에 속하는 상록비늘잎교목이고, 오른쪽 삼나무는 낙우송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입니다. 잎이 뾰족한 끝을 가졌습니다. 제주도에는 편백나무보다는 삼나무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람이 많은 고장이다 보니 감귤원의 세찬바람을 막아주는 방품림으로 많이 심었습니다. 하지만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며 일본의 나무입니다. 일제강점기 재목을 생산할 목적으로 많이 심었습니다. 제주도에는 특히나 삼나무가 많아서 많은 관광객들은 편백나무를 보고도 삼나무라고 하는 것을 많이 봐왔는데, 이제는 구분해서 불러야하겠습니다.
우선은 1100도로에 석굴암입구까지의 약 1km의 도로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피톤치드의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아주 그만입니다. 얼핏 보면 1116번도로인 비자림로와 사려니숲길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도로 양쪽으로 자리를 하고 있어 이국적인 색다른 멋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차장 인근에 거의 다다라서 만난 토끼입니다. 생김새로 봐서는 분명 집토끼인데, 방생해서 키우고 있나봅니다. 색깔별로 다양하게 무려 네 마리나 눈에 띠었는데, 정말 자유롭게 숲속을 뛰어다니며 살고 있더군요.
석굴암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안내문, 안내문에는 이곳 탐방로도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관리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명칭 또한 석굴암탐방로입니다. 충혼묘지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석굴암까지는 1.5km, 가까운 거리라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구간이 많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석굴암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정도 보시면 되겠습니다.
초입에서 담은 석굴암 탐방로입니다. 완연한 가을색을 뿜어내고 있는데요, 탐방로 대부분이 나무데크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주 가파른 등산로, 한라산에는 이곳을 포함하여 관음사코스, 성판악코스,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돈내코코스, 어승생악코스 등 7개의 등반코스가 있답니다.
이곳 석굴암 탐방로는 지금 계절에 가장 아름답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라산에는 바람을 맞아 단풍이 다 떨어져도 깊은 계곡으로 이뤄진 이곳 주변은 가을색으로 갈아입은 수목들을 꽤 오랫동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깊은 숲속 계곡 사이로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어 탁 트인 경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나무사이로 제주시내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중간에 쉬어갈수 있도록 쉼터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석굴암자를 출입하는 스님들이 다니던 길입니다. 깊은 계곡 속, 새소리와 울창한 숲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도심 속 찌든 때를 씻어주기엔 더없이 안성마춤인 곳이라 빼어난 절경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석굴암 탐방로
탐방로를 비추고 있는 녹슨 가로등
가파르게 이어진 철 계단을 내려가면 석굴암 암자입니다.
나무숲 사이로 암자가 보입니다.
석굴암은 1974년 월암당 강동은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도량의 터를 찾기 위해서 스님은 아흔아홉골내 선녀폭포 위쪽에 자리한 궤에서 기도도량 찾기 100일 기도를 드린 후 작은새의 인도를 받아 지금의 석굴암 터를 정해서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세상살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소망을 담고, 특히 시험을 앞둔 이들이 합격의 간절함을 기원하는 기도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기암절벽에 터를 잡고 있는 석굴암 암자의 모습입니다.
운치 가득한 석굴암과 기암절벽
암자에서 보는 주변 경관은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곱게 물든 단풍나무도 간혹 눈에 띱니다.
암자로 들어가는 계단, 이곳부터는 정숙을 요합니다.
이곳은 일명 '골머리'라고도 불립니다. 골짜기의 머리라는 의미입니다. 한라산 아흔아홉골이 시작되는 곳인데, 이곳 석굴암과 인근에 있는 천왕사 일대를 일컫습니다.
아흔아홉 골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래를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한라산에 100개의 골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들이 살고 있었고 백성들이 맹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한 스님이 그 맹수들을 하나의 골짜기에 몰아넣고는 그 골짜기를 없애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 제주도에는 맹수가 사라지고 큰 인물도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란 아흔아홉 개의 골짜기, 즉 아흔아홉 골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올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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