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을 잃어버린 제주도의 단풍명소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은 제주의 숨겨진 단풍 명소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계절인데,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질 못하나 봅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요즘인데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단풍도 완전히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겨울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가을이 유난히 아름다운 제주도, 하지만 가을을 대변하는 단풍은 그다지 화려하질 못합니다. 바람이 많고 지표면에 수분이 많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설사 있다 해도 나뭇잎이 쉽게 말라버린 상태라 내륙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제주의 자연환경 중 모든 것이 으뜸이라 할지라도 단풍만큼은 늘 아쉬웠는데요, 며칠 전에는 정말 아름다운 단풍명소 한곳을 만났습니다.
역시, 단풍은 계곡의 물줄기를 타야 하는 가 봅니다.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하여 해안가에 이르는 제주도의 계곡은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건천입니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가 일정량의 비가 오면 범람하여 계곡을 타고 바다로 흘러내리지요. 하지만 건천이라 할지라도 지표면 아래로는 물이 항상 흐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계곡주변이 식물이 자라는 데에는 환경이 낫지 않을까합니다.
정말 그런 까닭일까요? 한라산 중턱의 깊은 계곡, 울창한 난대림 숲에 눈부신 가을단풍이 들었습니다. 한라산에는 단풍이 이미 시들고 바람에 떨어져 없는데, 이곳만큼은 완전 딴 세상이었습니다. 탁 트인 공간 보다는 비교적 바람이 없고 계곡 지대이다 보니 단풍이 곱게 물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가 봅니다. 보고 있자니 쓰러질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한라산 계곡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단, 장소에 대해 공개는 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구경을 시켜드리겠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된 곳이고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고 주차장까지 마련이 되어 있지만, 이곳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좁은 농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두 개의 차량이 서로 통과할 수 없는 좁은 도로입니다. 많은 차량들이 일거에 몰렸을 때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주차장 또한 협소하여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이곳에 대해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장소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한라산의 계곡, 계곡 양쪽으로 우거진 숲이 총 천연색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정말 가을가을한 풍경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한라산 보호구역 안에 있는 계곡은 절대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이 아니라도 제주도의 대부분 계곡은 사람들의 접근이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누구라도 쉽게 계곡 한복판에 서서 단풍을 만끽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라산에서 타고 내려오는 대부분의 계곡은 비가 많이 오면 급류가 발생하여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숲이 벌겋게 불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계곡을 향해 쓰러질듯 늘어진 단풍잎, 노란빛깔의 단풍도 은근히 예쁩니다.
단풍에 취한 사람들, 발걸음을 쉬이 떼어 놓지 못합니다.
붉은 빛깔의 단풍,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제주도의 다른 곳에 자라고 있는 단풍잎과는 많이 비교가 되네요. 잎사귀 하나하나가 정말 예쁩니다.
여심을 사로잡는 고운 단풍, 트래킹을 나섰던 아주머니들이 소녀감성으로 단풍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찾아간 날은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냥 대부분의 사진들은 블로그 업로드용으로 사용되어지는데요, 제가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날씨입니다.
탁 트인 공간의 화려한 사진을 담기 위해선 파란하늘의 맑은 날씨, 그리고 흐리고나 비가 오는 날에는 숲 사진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단풍은 겉으로 드러나는 풍경이기에 맑은 날씨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보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갖고 있는 단풍이 강한 빛을 쬐다보니 오히려 눈으로 보는 색감이 나타나질 않더라구요. 시선으로 보여 지는 색감과 느낌을 그대로 사진에 옮겨 놓을 수만 있다면 최상일 텐데, 이게 카메라의 한계인가봅니다.
다행히 하루를 사이에 두고 제주도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또 찾아갔지요. 역시 예상한 데로였습니다. 확실히 맑은 날씨보다는 흐리고 빗물을 머금은 날씨의 단풍빛깔이 돋보이더군요.
계곡으로 내려가는 진입로, 맑은 날에는 명암의 차이 때문에 제대로 된 빛깔을 담을 수가 없었는데, 흐린 날씨에 다시 와보니 이렇게 눈부신 곳이었네요.
도로위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풍경도 정말 눈부십니다.
단풍을 보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지만 조심스럽게 계곡으로 내려서봅니다.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는 건천 계곡,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시설물하나가 시야에 잡히는데요, 저곳은 계곡물이 범람했을 때, 수위를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한 경계시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곡의 암반위에 떨어진 가을, 어쩐지 쓸쓸해 보입니다.
눈부신 빛깔로 물든 단풍이 계곡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런 기막힌 명소가 제주도에 있었다니,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에 또 한 번 넋을 잃어버렸습니다.
수십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애기단풍
흘러가는 계절을 보면서 설레는 나이가 아닌데도 이상하리 만큼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왠지 붙잡고 싶은 것이 가을입니다. 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지요. 사진으로나마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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