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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용눈이오름, 자연휴식년제로 복구될지는

by 광제 202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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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용눈이오름, 자연휴식년제로 복구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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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천명의 탐방객으로 무너져 내린 용눈이오름"

같이 동행했던 지인은 눈물을 흘렸고, 저 또한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렌터카들이 빼곡히 들어차고 쉴 새 없이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는 상황, 나 하나라도 억제하면 조금 낫겠지 싶어 찾아가는 것조차도 참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아가보니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오름을 보니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빼어난 풍광을 하고 있어서 그잖아도 사람들이 발길로 신음하던 용눈이오름에 기름을 부은 것은 모방송사의 민박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제주도의 명소를 소개하곤 했는데, 비슷한 시기 수난을 당한 대표적인 오름으로는 금오름, 궷물오름, 새별오름,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등입니다.

용눈이오름 또한 이 수난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방송초기에는 제주도의 명소를 알리게 되어 제주관광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거에 몰리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풀과 뿌리들이 모두 고사하고 맨살이 드러나 토사가 흘러내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던 제주 용눈이 오름이 결국에는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합니다. 사람의 발길에 의해 훼손된 부분을 자연의 힘을 빌어 2년 동안 복원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올해 2월1일부터 2023년 1월30일까지 용눈이오름 사면과 정상 등 전체구간에 대해 출입이 전면 금지됩니다.

 


<용눈이오름 전경>


오름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소형 화산체입니다. 화산분출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류되는데, 용눈이오름은 타원형 분화구를 가진 복합형 화산체로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용와악(龍臥岳)이라고도 부릅니다.

곡선의 미(美), 용눈이 오름은 제주도의 다른 오름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곡선미를 갖고 있는 오름입니다. 가파르면서도 험해 남성적인 이미지의 다른 오름과는 다르게 정상부와 능선을 타고 흐르는 선이 매우 아름답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까닭에 여성적 이미지가 강한 오름이기도 합니다.


<용눈이오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 때문입니다. 목장을 지나야 오를 수 있는 용눈이오름, 처음에는 풀숲 사이로 사람들의 흔적만 살짝 보였던 탐방로, 시간이 지나면서 폭이 1미터 남짓한 야자수 매트가 깔리게 되고, 이때까지만 해도 이 지경은 아니었습니다.

매트가 닳아 없어지면서 맨땅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사람들은 점점 맨땅을 피해 풀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면서 훼손되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게 됩니다. 몇 년 전에는 주차장을 기점으로 오름의 초입까지 극심한 훼손으로 인해 우회 통로를 만들어 탐방로를 변경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매트가 닳아서 맨땅처럼 변한 탐방로>


<맨땅이 드러난 탐방로에 흙주머니로 조치를 해 놓은 모습>


탐방로에 깔린 매트는 다 닳아 바람에 날려 없어지고, 오름 정상부를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도록 조성된 탐방로의 맨땅은 그 폭이 점점 넓어지고, 가지 말라고 제한하는 분화구 안쪽 또한 사람들이 발길로 인해 뚜렷하게 길이 나 버린 상태입니다.


<하늘에서 본 용눈이오름, 오름 둘레로 훼손된 탐방로가 보이고 분화구안에 길이 나 있다.>

 


<용눈이오름 정상부, 맨땅이 드러난 부분을 흙주머니로 조치를 해 놓은것이 보인다.>

 


<맨땅이 드러난 탐방로>


<토사가 흘러내리는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흙주머니로 조치를 취한 모습>


<출입금지를 무시하고 무단 출입한 흔적>


맨땅을 드러낸 상태로 방치하게 되면 오름의 존재까지도 위협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제주도의 오름을 형성하고 떠받치고 있는 토사 대부분은 화산활동 때 형성된 스코리아(scoria)로 이뤄져 있습니다. 발로 밟기만 해도 잘게 부숴 지는 화산쇄설물로서 제주도에서는 ‘송이’라고 부르는데, 이 ‘송이’는 사람의 발길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비바람 등 자연현상에서 의해서도 무너져 내리게 되고 결국에는 오름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커다란 나무뿌리들이 토양을 지탱해주고 있는 다른 오름들에 비해 용눈이오름은 토양을 지탱해줄만한 나무가 거의 없고 풀로만 이뤄진 오름이라 한번 흙이 쓸려 내려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오름 전체에 훼손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용눈이오름이 이렇게 맨땅을 드러내며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도 훼손되는 오름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주도 차원에서 자연휴식년제 도입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힐링하려는 여행의 패턴이 바뀜과 동시에 자연의 훼손도 가속화되면서 최근 들어 제주도에서는 탐방 억제 조치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정상 등반이 가능한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에 한해 예약제를 시행하였고, 탐방객이 몰리면서 훼손된 일부 오름들도 자연휴식년제 명분으로 통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용눈이오름이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하게 되면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휴식년제를 도입한 물찻오름(2008년12월1일)을 비롯하여 도너리오름과 문석이오름, 송악산과 백약이오름의 정상부 등 총 6곳에 이르게 됩니다.


최근 용눈이오름은 맨땅을 드러낸 탐방로에 매트를 새로 교체하고 풀뿌리가 사라지고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부분에 흙 자루를 메워 단단히 보강하는 작업인 자연환경보전시설 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1월 중으로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장면 대부분이 이미 공사가 진척된 부분인데요, 이 상태로 2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오름에 비춰볼 때, 2년 후에 자연적 생태복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한 뒤 재개방한 사례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한번 훼손된 자연을 예전의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평소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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