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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들녀석 때문에 족보를 꺼내들었습니다

by 광제 2008.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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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 때문에 족보를 꺼내들었습니다

족보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던 20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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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인 저의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올해10살입니다.
몇일전이었습니다.

아빠~ 하고 부르더니 “아빠, 나는 몇 대야?”


순간 저는 이녀석이 무엇을 여쭤보는지 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다시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죠?
학교에서 조상님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선생님께서 집에 가서 몇 대손인지 알아보라고 하셨답니다. 순간 머뭇 거린 저는,

“어, 그래 아빠가 21대손이니까 니가 22대손이 되겠네..22대손이다.”

라고 말해주고는 붉어지는 얼굴을 내심 감추고는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볼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왜냐구요? 이녀석은 한번 질문을 시작하면 꼬리를 물고 줄기차게 해대는 집요한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일단 자리를 피하지 않고는 어떠한 봉변(?)을 당할지 모를일입니다.

다음날 책꽂이 깊숙이 보따리에 묶여 꽂혀있던 낡은 족보를 꺼내 들었습니다. 무심한 주인이 오랜 세월 들여다 보지도 않았기에 족보가 한결 낡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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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께서는 오랜 투병끝에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족보라는게 있는지 조차도 말씀을 안해주시고, 물론 제가 여쭤 보지도 못한 불찰도 큽니다만은 그렇게 가신 후 10여년이 지난 후 이사를 하게 되어 짐을 정리하던 중 괴짝 깊숙이 박혀져 있던 족보를 발견했죠, 그리고는 한번 슬쩍 흘겨보듯 하고는 책꽂이에 꽂아뒀다가 오늘에야 꺼내들었습니다.

나에게도 이제는 아들이 있고 아들녀석이 커서 손자를 낳을거고, 오랜세월이 흐른후에는 내가 후손들의 조상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 후에야 꺼내든 족보였습니다.

                  아들녀석의 질문하나가 나를 돌아보는계기가

아버지께 죄스럽고 조상님께 죄스럽고, 낡은 족보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눈시울이 붉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가정들처럼 문종도 없고, 아버지 형제분들이 많이 계셔서 족보를 정리해 주실분도 안계시고 족보를 읽는법 조차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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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 보기에도 챙피하고 해서 급한 마음에 친척어른을 수소문끝에 찾아 뵜습니다. 물론 어른께서는 이제라도 족보를 들고 찾아온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 하십니다. 족보가 너무 오래되어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며 도와주시겠다고 합니다. 아들녀석이름도 족보에 올려야 될거 아니냐며...

사실 족보에 관한 포스트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집안일이라 챙피하기도 하고, 무슨 자랑거리도 아니고, 하지만 포스트를 쓰는 것이 저에 대한 질책을 하고 또한 반성의 의미와 앞으로 족보관리에 나름대로의 구심점이 될거라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동안 죄송합니다. 아버지, 얼마 있으면 손자녀석의 이름이 올라간 새로운 족보가 나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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