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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미숫가루 향기 기다려지는 황금빛 들녘

by 광제 2009.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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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숫가루 향기 기다려지는 황금빛 들녘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들녘을 수 놓으며 마음을 들뜨게 했던 샛노란 유채꽃도
어느덧 시간과 함께 사라지고

꽃향기 그윽했던 노란물결의 길가에는 
어느덧 들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춘삼월에 초록과 노랑의 빛깔로 물들여 졌던 제주의 들녘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고유의 빛깔마저 뒤바꿔 놓았습니다.


노란물결 넘실대던 유채는 꽃잎이 떨어져 이제 초록물결로~

초록물결 넘실대던 보리는 석양의 붉은빛을 한껏 머금어 이제 황금빛으로~

제주의 들녘은 온통 황금빛깔로 물들어 있습니다.
깊은 상념과 같이 하염없이 깊어 가는 주름의 農心 만큼이나 구슬프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제 탈곡기의 엔진 소리가 들녘에 요란하게 울려 퍼질겁니다.
석양이 모습을 완전히 감출 때까지 탈곡기의 노래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바람에 날려 살속을 파고드는 보리의 까칠한 까끄라기도 農心을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동네방네 고향의 마을 안길은 구수한 보리의 향기로 가득할 겁니다.
황금빛 들녘에서 수확해 낸 보리 미숫가루의 구수한 향기입니다.

늙은 農心은 추석에 찾아올 손주들을 위하여 정성스런 미숫가루를 곳간에 넣어둘 것입니다.

씨뿌리고, 김매고, 수확하고, 노동의 고단함에 더욱 구부러진 허리와 깊어만 가는 이마의 주름도
입가에 미숫가루 잔뜩 묻히고 해맑은 웃음을 짓는 손주녀석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인지 모릅니다.

하늘에는 흘러가는 시간의 빠름 만큼이나 비행기 하나가 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날, 오월의 황금빛 물든 고향의 하늘위를 말입니다.




파란하늘의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껏 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금빛 들녘의 한켠에는
이른 수확에 한창인 농부들의 바쁜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보리 탈곡기를 보니 옛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요즘은 보리를 베고 탈곡까지 동시에 이뤄지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낫을 이용하여 보리를 베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침일찍 부모님을 따라 낫 한자루를 챙겨들고 들녘으로 향했던 기억.
따가운 봄햇살 아래서 패랭이 눌러 쓰고 보리베기를 하던 기억.
보리를 수확하던 시기면 늘 간식거리가 되어 주었던 산딸기의 기억.

하루종일 베어놓은 보리는 그대로 밭에 뉘어 놓았다가
동네에 한 두대 있는 탈곡기의 차례를 기다려 몇 일뒤에 탈곡했던 기억이 납니다.
탈곡하는 날이면 바람에 날리는 까끄라기가 몸속으로 파고들어 하루종일 고생하기도 했었습니다.

수확을 마친 보리짚은 정성껏 묶어 두었다가 땔감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아궁이에 솥을 얹어 밥을 지었는데, 땔감으로 보리짚을 태울 때면
보리짚의 공기층이 터져 따닥따닥 놀래키던 기억도 납니다.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드는 어귀에는 언제나 이러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탈곡을 마친 보리를 햇볕에 말리며 먼지를 불어내는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이제 몇일이 지나면 동네 어귀에는 구수한 보리 미숫가루의 향기가 진동을 할 것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사진&여행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한라산과 제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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