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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올 레

신화와 문화를 만나는 제주올레 3코스

by 광제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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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문화를 만나는 제주올레 3코스

제주올레가 지금까지 개장한 코스의 거의 대부분을 경험했지만 지금까지 남겨뒀던 코스가 있습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만도 무려(?) 50여분이 걸리는 가장 먼 곳에 있는 코스입니다. 바로 제주올레 3코스(22km)와 4코스(23km)인데요, 제주올레 한 개 코스의 평균거리가 약16km인데 비해 가장 긴 코스만 남겨두고 있는 셈입니다.

가장 긴 코스인 제주올레 4코스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온평포구에서 표선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3코스를 걸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쉬엄쉬엄 걷는다면 성인의 걸음으로 보통 한 시간에 4km의 올레길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2km라는 만만치 않은 거리라 점심시간 포함하여 넉넉잡아 6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제주올레 3코스의 표선면 하천리 백사장

제주올레 3코스는 제주도 중산간 마을의 특색을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풍광과 절경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지루한 코스가 되기 쉽상인데, 코스의 시점인 온평포구에서 잠시나마 바닷공기를 쐬고 나면 바로 일주도로를 건너 중산간으로 접어듭니다. 전통의 중산간 마을들이 집중해 있으며 이름만 들어도 중산간 마을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수산, 난산, 신산 등 지명에 산(山) 들어가는 마을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형적으로도 성산일출봉과 접해있어 제주의 동쪽 끝에서 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일기가 좋은 이른 아침에 이 지역의 오름에서 보는 일출 광경은 제주에서도 최고로 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올레 3코스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 중산간 마을인 난산리와 삼달리을 스쳐 지나면서는 제주의 전형적인 속살을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는 정겨움이 있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제주의 대표적 풍광으로 일컬어지는 해안절경이 부족하여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제주올레 3코스의 시작은 신화와 함께 시작됩니다. 한라산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 온평리, 그래서 예로부터 제주에서 식수가 가장 귀했다는 이곳은 '열운이' 라고도 부르는 곳입니다. '열운이' 라는 지명은 제주 개벽신화인 삼성(고씨,양씨,부씨)신화와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삼성과 벽량국의 세처녀가 혼례를 올린 마을이라 하여 여을온, 열온, 열운, 열혼, 영혼촌 또는 연흔촌이라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이름이 많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3코스 시작점인 온평리 해안

제주의 '개벽신화'인 고,양,부 삼성의 신화는 코스가 시작되는 온평리 바닷가에서 그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 수렵과 어로를 통해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고을나(高乙那)·양을나(梁乙那)·부을나(夫乙那)라는 삼신인(三神人)이 한라산에 올라 멀리 동쪽 바다를 바라보니 바닷가에 오색찬란한 목함이 떠 내려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삼신인이 그곳으로 다가가 목함을 열어 보았더니. 그 안에 청의(靑衣)를 입은 15∼16세가량의 세 공주와 우마(牛馬) 및 오곡(五穀)의 씨앗이 있었습니다.

세 공주를 데리고 온 벽랑국(碧浪國)의 사자는 삼신인에게 말하기를, 우리 임금께서 세 공주를 낳아 장성하게 되자 배필을 구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서해 높은 산에 세 신인이 있어 장차 나라를 세우고자 하나 마땅한 배필이 없다는 소식에 자신에게 명을 내려 세 공주를 모시고 오게 된 것이니 배필로 삼아 대업을 이루라는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구름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당시 세 공주가 도착한 해안이 바로 온평리의 황루알인데 지금도 세 공주와 같이 첫발을 디딘 말발굽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난산리 풍경

제주의 개벽신화를 뒤로하고 중산간으로 접어들면 길게 농로가 이어지고 제주의 대표적 중산간 마을인 '난산리'를 만나게 됩니다. 난산리는 한라산의 줄기를 타고 모구리오름, 나시리오름, 이기내오름, 통오름 등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내리뻗은 평화로운 산골마을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에 의존하는 마을이었으나 70년대 초부터 대대적인 감귤 생산이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통오름 오르는 길

                                 목장지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올레꾼을 위한 길

                                                통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

통오름, 난산리에 있는 오름으로 모양새가 물통과 같이 움푹 패인 형태라서 '통오름'이라 불립니다. 말굽형의 분화구를 가졌으며 해송림과 억새 또는 풀밭으로 이뤄져 있으며 화구 안에는 조림된 삼나무를 경계로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해발 143.1m, 실제 오르는 높이는 43m로 얕은 편입니다.



                                           독자봉 정상에서 바라 본 통오름 능선

신산리에 있는 독자봉, 과거 봉수대가 있었고 망을 보았다 하여 망오름 이라고도 하며 마을에서 홀로 떨어져 있다고 하여 '독자봉'이라 부르는 오름입니다. 말굽형의 분화구를 가진 오름으로 해발 159.3m, 오르막은 나무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기도 합니다.
   

                                                            독자봉 산책로


난산리를 거쳐 발길이 닿는 곳은 바로 삼달리입니다. 삼달리에는 제주의 야산에서 젊음을 불사른 김영갑 선생님의 영혼이 머무는 갤러리 '두모악'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데, 이 갤러리는 짧은 생애를 살다간 김영갑 선생님이 제주의 속살을 찾아 1985년부터 20년간 제주 곳곳을 누비며 제주 속의 진짜 제주를 카메라의 렌즈 속에 담아낸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삼달리를 뒤로하고 신풍리와 신천리에 이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중산으로만 몇 시간 째 이어졌던 올레길이 드디어 시원한 제주의 바닷바람과 함께 하는 올레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피날레는 제주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을 간직한 표선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경이 장식합니다. 제주바다 특유의 옥빛 물결에 또 한 번 탄성을 쏟아내는 순간이기도합니다.




                                                         표선해수욕장 풍경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2km의 제주올레 3코스, 제주의 개국신화를 시작으로 전통 중산간 마을에서 만나는 정겨움, 그리고 제주의 속살을 카메라의 렌즈로 표현해내 전혀 다른 시선으로 제주의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문화의 공간, 마지막으로 새하얀 모래를 간직한 해수욕장과 시원한 해안 풍경, 결국은 하나의 코스에서 제주의 모두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코스가 바로 제주올레 3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제주올레]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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