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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씁쓸했던 어느 엄마의 자식사랑

by 광제 2010.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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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했던 어느 엄마의 자식사랑

떡볶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딸애는 항상 아빠인 제가 집을 나설 때면 어디를 가는지 꼭 물어봅니다. 아빠의 용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돌아올 때 좋아하는 떡볶이를 꼭 사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걸 재보다 잿밥에 관심 있다고 하나요.

어쨌거나 오늘도 늘 가던 분식집에 떡볶이를 사러 들어갔는데 유난히 사람들이 붐빕니다. 떡볶이 2인분을 포장해달라고 하고는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이제 갓 유치원생으로 여자어린이가 분식집안으로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아줌마 김밥 있어?"

".....;;"

어디선가 들려오는 당찬 목소리에 깜짝 놀란 주인아주머니는 바쁜 일손을 멈추고는 탁자 너머로 고개를 쳐들고서야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았던 여자어린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을 보고는 황당하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분식집 홀 안에서 음식을 먹던 학생들의 이목도 한곳으로 집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꼬마야 다시 한번 말해봐라...뭐라고?"

"아이..짜증나~! 김밥 있냐구~~~"

분식집 주인아주머니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의 입에서 당돌하게 반말로 주문을 하는 것으로 보고는 어이가 없어 귀를 의심하며 재차 물어 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을 물어봐도 여전히 틀려지지는 않고 오히려 더욱 짜증스런 어투로 아주머니를 쏘아부칩니다.

"얘야 어른한테는 말야.. 반말을 하면 못써요..다시 한번 공손히 말해 볼래?"

"어쩌라는 건데...엄마가 차에서 기다린단 말야~"

아주머니는 남의 집 자녀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타일러 보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온듯합니다. 어린이의 입장에서도 아주머니가 귀찮게 군다고 판단이 섰는지 아주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밖에는 어린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주차단속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리지 않고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아 분식집 안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창문을 내리고는 딸을 향해 소리칩니다.

"나리야 뭐해 빨리 오지 않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엄마를 쳐다본 어린이. 이때 갑자기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어린이의 울음보가 터져버린 것입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에 분식집 아주머니가 놀랜 것은 말할 것 없고 안에 있던 학생들도 모두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는 귀청이 떨어질 듯 울어대는 어린이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승용차안에 있던 엄마가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상황입니다. 반사적으로 뛰어 들어옵니다.

"나리야 왜 그래~! 누가 때렸어?"

영문도 모른 채 깜짝 놀란 엄마가 울고 있는 딸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지만 이미 울음보가 터져버린 딸은 계속하여 울기만합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은 오히려 주인아주머니입니다.

"어른한테 반말을 하기에 타일렀는데..울어버리네...;;"

"뭐라고? 반말을 하든 말든 당신이 뭔데..우리 애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갑자기 분식집 안은 난장판이 돼버렸습니다. 그칠 줄 모르고 울고 있는 울름소리에 엄마의 괴성까지 더해져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된 것은 당연. 주인아주머니는 모든 게 자신 때문인 냥 못할 짓을 한 죄인처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엄마는 연신 손가락질을 해댑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는 이집에 안 온다며 우는 딸애의 손을 잡고는 문을 막차고 나가버립니다.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주인아주머니는 잘못한 게 없어 보이는데 한참동안을 미안한 기색을 보입니다. 남의 귀한자식 울린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기본적인 예절교육마저도 가르치지 않아 남에게 무례(?)를 범한 딸의 엄마는 오로지 자기 자식 귀한 줄은 알고 되려 큰소리를 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너무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던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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