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드르륵~ 방충망 창문이 열리는 찰나 이상한 낌새에 고개를 위로 올려보는 순간, 미처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머리위로 쓰레기들이 쏟아진 것입니다.

회사에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동료와 함께 퇴근 하던 길, 갈증과 더위를 식히려고 인근의 슈퍼마켓에서 시원한 캔 음료를 한 개씩 들고는 슈퍼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슈퍼의 윗 층 아파트에서 창가로 이불을 털며 쓰레기를 같이 버린 것입니다.

1층에는 상가로 이뤄져 있고 2층부터는 아파트로 만들어진 복합건물, 쓰레기를 버린 아파트는 슈퍼에서 대각선에 있는 3층이었는데, 하필이면 쓰레기들이 바람을 타고 우수수 비오듯 우리가 있는 쪽으로 날라 든 것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알갱이들이 얼핏 과자 부스러기로 보였습니다.


동료와 나는 괴성을 지르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이미 부스러기 세례는 모두 받아 낸 뒤였고, 이불을 털던 아주머니는 놀랜 나머지 잽싸게 창을 닫고는 집안으로 몸을 숨겨 버립니다. 평소에도 아니다 싶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식이 없는 동료, 열이 잔뜩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윗 층을 향해 고함을 지릅니다.

"이봐요 아주머니~!"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방충망 창이 열립니다. 어차피 드러난 일 숨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 듯합니다.

"에고..정말 죄송합니다..그쪽으로 날아갈 줄 몰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창문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합니까..."

죄송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늘 그래 왔으며, 단지 바람 때문에 하필이면 재수가 없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투입니다. 그런 뉘앙스를 단번에 알아차린 동료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도 보통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죄송하다고 하잖아요..근데 그거 쓰레기가 아니구요..과자 부스러기에요...."

자기가 버린 것은 쓰레기가 아니고 과자부스러기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주머니,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는 듯 창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 모습을 본 동료,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말리는데, 이 소란스런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저씨 한분이 손짓 발짓을 하며 다가오며 개미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이보세요.. 두 분..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시는 게 나아요~"

"아니 아저씨 그냥 가라뇨..쓰레기를 뒤집어썼는데..따질건 따져야죠.."

"동네사람들은 툭하면 벌어지는 꼴불견을 늘 보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어요.."

뭔가 깊은 사연이 있는 듯, 차림새로 보아 바로 근처에 살고 있는 분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생쥐조차도 들을 수 없는 개미소리로 속삭입니다. 툭하면 창을 열고 이불을 털어 제치는 그 아주머니의 남편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먹이라는 것입니다.

큰일이라도 벌어졌으면 신고라도 하겠지만 조그마한 마찰 때문에 신고하기도 그렇고,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괜한 일로 주먹들과 얽히는 것이 싫은 까닭에서였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다만 아저씨에게 조그마한 바램이 있다면, 사람들이 지나갈 때만이라도 이불을 털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세상에는 별일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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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boskim.tistory.com BlogIcon 털보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국물 안뒤집어 쓴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윗층 아줌마. 정말 이불 좀 털지 말아요.

    2010.07.06 10:40 신고
  3. Favicon of http://golden21.tistory.com BlogIcon 오븟한여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아이가던진돌에 맞을뻔햇지요.
    다행히 조금 비켜나가 자동차로 떨어졌지요.

    그거맞앗으면죽었을지도...
    쫓아올라갔더니 초등5년인데 창가에돌이 있었는데 문열다 떨어진거라고 헐~

    부모님은 일나가고 두집이사는아파트더라구요.
    내일 다시 오겠다고 겁주고는 그냥 말았는데 솔직히 지금도 지나가면서 조금무서워요.

    2010.07.06 11:39 신고
  4. 사시미  수정/삭제  댓글쓰기

    걍 양아치 예편네겠지요...주먹은 무슨,,그러다 서방 터지고오면
    정신차리겠지요...그나저나 그아파트 반상회라도 해서 어떻게해야
    될거같은데.....순 양아치들땜에 서민들이 피해를 보니 씁쓸하네요~~

    2010.07.06 11:42
  5. Favicon of https://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읽으면서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어요. 예전에 우리 아들 한국에서 초등학교 다닐때 학교 선생님이 베란다에서 어린 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돌아가셨어요. 우연히 그 현장을 지나가다 본 일이 있어서 지금도 벌렁거리네요.

    2010.07.06 12:00 신고
  6. rod  수정/삭제  댓글쓰기

    w전두환의 삼청교육대가 그립네요,,,세상에 쓰레기중에 으뜸이 조폭 양아치지요,,서민들 등꼴쳐먹는 거머리같은 존재들,,소탕해서 멀리사회와격리시켜야합니다,,참 그아줌마도,,개념없네요,,부창부수인가,,,,

    2010.07.06 12:09
  7. Favicon of https://edunstory.tistory.com BlogIcon 에듀앤스토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진짜 보는 제가 뭐라고 해주고 싶은 만큼 어이없는 상황이네요.

    2010.07.06 12:24 신고
  8.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아주머니들이 자녀교육은 어찌 할지 참 걱정입니다.

    2010.07.06 13:00
  9. Favicon of http://blog.daum.net/860924 BlogIcon 여행하는 곰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고애고... 과자 부스러기가 있다는 말은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건데...
    참 걱정입니다... ㄷㄷ

    2010.07.06 16:19
  10. Favicon of http://adtblog.com BlogIcon 할리윤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도 예전에 아파트살때 꼬마들한테 물맞았던 기억있는데... 꼬마아이들 교육시켜도 모자랄판에..

    2010.07.06 17:52
  11. Favicon of https://seean.tistory.com BlogIcon 유아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수라면 웃고 넘어가지만 이건 좀 많이 아닌데요. 쓰레기녀 탄생을 알리는 건가요^^

    2010.07.06 18:27 신고
  12. Favicon of http://kooby1993.tistory.com BlogIcon Kooby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사람들이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을 모르죠.

    2010.07.06 18:36 신고
  13. Favicon of http://qubix.tistory.com BlogIcon 큐빅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일도 발생하는 군요.
    인도 골목에서 윗층에서 버린 쓰레기 맞은적 잇는데
    먹다버린 딱딱한 빵이었다는...
    좀 아팠는데 위를 처다보니 벌써 숨었드라구요^^

    2010.07.06 22:13
  14. sapa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음...쓰레기는 말도 안되지만 이불은 털기는 해야하지 않나요? 아파트 사시는 분들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2010.07.06 22:34
  15. Favicon of https://shlim1219.tistory.com BlogIcon ★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써야만 하는 세상이라죠?
    정말 왜들 그러는지요...

    2010.07.06 22:38 신고
  16.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요즘도 저런분들이 계시남요?
    저런~~~

    2010.07.07 07:20 신고
  17. Favicon of https://doling.tistory.com BlogIcon 돌스&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러지 말아야 하는데.. ㅜㅜ 전 길가다가 윗층에서 꼬마애가 쏜 장난감 총에도 맞아본적이 있어요.
    맞고나서 올라가서 항의하는데.. 애가 그런걸 가지고 모 그러냐.. 했던 아주머니가 생각나네요.

    꽤나 아펐는데.. ㅜㅜ

    2010.07.07 13:32 신고
  18. Favicon of https://im2256.tistory.com BlogIcon 줌마띠~!  수정/삭제  댓글쓰기

    훔냐~...이건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요~..

    저의 집은 복도식인데... 세탁기를 바꾸면서...기존 세탁기에 받침으로 놓았던 벽돌 몇장을... 복도에 내놔놓고..버릴 곳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누군지는 알수없지만... 9층에서 벽돌을 던져... 지나가던 사람 눈이 다친적이 있어요~...

    옆집 아주머니가 말해 주는 바람에...얼마나 놀랐는지~...떱~

    2010.07.08 10:37 신고
  19. 캔디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치지 않아 다행이네요....기분 좋게 한 잔 하고 들어가려다 기분이 더 상하셨겠어요...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2010.07.09 13:11
  20. 잘못한 사람에게 한마디 하면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합니다. 한번 더하면 될 것을... 잘못했다고 했잖아요... 요따위 말 하는 사람들....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죠... 대책없는 사람들입니다.

    2010.07.10 14:36
  21. Favicon of http://ch76.co.kr BlogIcon 키다리아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일은 절대 하면 안되죠~~
    다 같이 사는 공간인데.. ㅠㅠ

    2010.07.1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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