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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아파트 창가로 버려지는 쓰레기, 직접 맞아보니

by 광제 201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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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드르륵~ 방충망 창문이 열리는 찰나 이상한 낌새에 고개를 위로 올려보는 순간, 미처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머리위로 쓰레기들이 쏟아진 것입니다.

회사에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동료와 함께 퇴근 하던 길, 갈증과 더위를 식히려고 인근의 슈퍼마켓에서 시원한 캔 음료를 한 개씩 들고는 슈퍼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슈퍼의 윗 층 아파트에서 창가로 이불을 털며 쓰레기를 같이 버린 것입니다.

1층에는 상가로 이뤄져 있고 2층부터는 아파트로 만들어진 복합건물, 쓰레기를 버린 아파트는 슈퍼에서 대각선에 있는 3층이었는데, 하필이면 쓰레기들이 바람을 타고 우수수 비오듯 우리가 있는 쪽으로 날라 든 것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알갱이들이 얼핏 과자 부스러기로 보였습니다.


동료와 나는 괴성을 지르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이미 부스러기 세례는 모두 받아 낸 뒤였고, 이불을 털던 아주머니는 놀랜 나머지 잽싸게 창을 닫고는 집안으로 몸을 숨겨 버립니다. 평소에도 아니다 싶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식이 없는 동료, 열이 잔뜩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윗 층을 향해 고함을 지릅니다.

"이봐요 아주머니~!"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방충망 창이 열립니다. 어차피 드러난 일 숨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 듯합니다.

"에고..정말 죄송합니다..그쪽으로 날아갈 줄 몰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창문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합니까..."

죄송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늘 그래 왔으며, 단지 바람 때문에 하필이면 재수가 없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투입니다. 그런 뉘앙스를 단번에 알아차린 동료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도 보통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죄송하다고 하잖아요..근데 그거 쓰레기가 아니구요..과자 부스러기에요...."

자기가 버린 것은 쓰레기가 아니고 과자부스러기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주머니,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는 듯 창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 모습을 본 동료,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말리는데, 이 소란스런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저씨 한분이 손짓 발짓을 하며 다가오며 개미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이보세요.. 두 분..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시는 게 나아요~"

"아니 아저씨 그냥 가라뇨..쓰레기를 뒤집어썼는데..따질건 따져야죠.."

"동네사람들은 툭하면 벌어지는 꼴불견을 늘 보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어요.."

뭔가 깊은 사연이 있는 듯, 차림새로 보아 바로 근처에 살고 있는 분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생쥐조차도 들을 수 없는 개미소리로 속삭입니다. 툭하면 창을 열고 이불을 털어 제치는 그 아주머니의 남편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먹이라는 것입니다.

큰일이라도 벌어졌으면 신고라도 하겠지만 조그마한 마찰 때문에 신고하기도 그렇고,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괜한 일로 주먹들과 얽히는 것이 싫은 까닭에서였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다만 아저씨에게 조그마한 바램이 있다면, 사람들이 지나갈 때만이라도 이불을 털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세상에는 별일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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