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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제주 동문시장의 풍경

by 광제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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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아내도 쇼핑을 참 좋아합니다. 굳이 살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쇼핑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지요. 반면 남자들은 정 반대입니다. 요모조모 시시콜콜 따져보며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고자 하는 물건이 눈에 띠어 이거다 생각되면 바로 구입합니다. 쇼핑에 대해서 다른 관념을 갖고 있기에 아내가 쇼핑을 가자고 하면 은근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독 두말 않고 따라나서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재래시장인데요, 제가 사는 제주시내에는 아주 오랜 전통을 간직한 재래시장인 동문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은근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이곳에 가면 세상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손목을 잡아끄는 할머니들의 사람 냄새가 좋습니다. 시장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오히려 생동감으로 다가옵니다. 끈적끈적한 땀 냄새와 제주특유의 구수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전 재래시장이라면 잔말 않고 따라 나섭니다. 


대형마트의 홍수 속에 시내곳곳에서 운영 중이던 재래시장들이 속속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제주시 동문 재래시장만큼은 그에 아랑곳없이 활기가 넘쳐흐릅니다. 물론 왕년에 도내의 상권을 주름잡았던 황금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말입니다.

제주시 동문시장은 과거 제주시민들에게는 깊은 활력소를 불어 넣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볼 것 없고 먹을 것 없던 시절이었지만 이곳만큼은 참으로 남달랐었지요. 과거 동양극장이 제주 극장가를 대표하던 시절, 동문시장의 연탄불에서 구운 쥐포를 들고 들어가 극장 안에서 뜯는 쥐포의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지요. 영화 관람을 마치고도 그냥 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커다란 들통에 펄펄 끓는 육수, 국밥을 툭툭 말아 넣어 내장과 순대를 손으로 듬성듬성 얹어 내어오는 구수한 돼지국밥은 제주동문시장 최고의 별미였습니다. 수십 년 전의 그 영화는 찾아볼 수 없지만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또한 이곳입니다. 걷는 내내 질퍽한 갯 내음도 여전하고 구수한 보리빵 향기도 여전합니다. 전 같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발길로 여전합니다. 

언제나 활기로 넘쳐흐르는 이곳, 동문재래시장에는 가을에 가면 유난히 풍성함이 있습니다. 잔뜩 물이 오른 제철 바다생선들이 싱싱한 모습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주가 정통적으로 강한 자리돔이며, 방어, 한치, 갈치, 전복 등이 사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곧잘 붙들어 맵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과 어울리게 과일 코너에도 활기가 넘칩니다. 제주특산물인 감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근래에 들어 새롭게 개발된 품종들까지 합세를 하여 이제는 제주감귤의 종류도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다 외울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사지 않고 구경을 하는 데만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걸었던 길을 두 번씩이나 돌았습니다. 한 푼이라고 깎아보려고 흥정을 하는 모습들도 참 재밌습니다. 모든 게 구경거리입니다.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고  정말 사람 냄새가 풀풀 풍겨나는 제주동문재래시장의 풍경을 사진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제철을 맞은 크고 작은 제주은갈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들더군요.
 
깨끗하게 손질된 제주자리돔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네요, 왼쪽의 생선은 병어인지, 가자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여쭤보고 올걸 그랬습니다.

제주의 대표 과일이죠. 감귤이 제철을 맞아 많은 종류가 시장에 나왔습니다.

제주특산 한치입니다. 이것은 한물 간것이지요. 이렇게 죽은 한치는 횟감으로는 안되구요, 살짝 익혀 드셔야 합니다.

갑자기 요리 블로거가 생각나네요. 수십가지의 반찬이 즐비한 반찬코너
 
오직 제주에서만 볼수 있는 젓갈입니다. 멸치젓갈, 자리젓갈입니다.

수십명의 인파로 둘러 쌓였던 활어코너입니다. 제철을 맞은 방어와 한치들이 싱싱한 모습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손질 들어갑니다.
 
수조가 비좁아 보입니다. 커다란 방어 두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짜배기 해산물들이 모여있네요, 전복 소라, 낙지, 해삼, 멍게, 개불 등이 보입니다.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개불입니다. 맛을 아시는분들은 잘 알지요.
 
보말입니다. 민물에서 나는 다슬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제주바다에서 많이 볼수 있는 작은 고동류입니다. 까 놓은 모습으로 미역을 풀어 국을 끓이면 아주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요즘은 죽으로도 인기가 좋지요.

성게알도 먹음직 스럽네요.

이녀석은 문어입니다. 제주에서는 물꾸럭, 또는 문게라고도 하지요.
 
활한치를 손질하는 모습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이렇게 즉석에서 손질을 해줍니다.

생선을 손질하는모습

동문시장에서 딱 한마리 볼 수 있었던 다금바리(큰녀석)입니다. 아주 귀한 어종이지요. 얼마냐고 여쭤보니 7만원 달라고합니다. 이미 죽어 있는 상태라 횟감으로는안될것 같은데도 7만원이면 상당한 금액입니다. 회로 먹으려면 kg당 20만원은 줘야 한다는 녀석이죠. 옆에 있는 작은 녀석은 짝퉁 다금바리로 한때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능성어(구문쟁이)입니다.
    
은갈치를 손질해 놓은 모습이 가히 예술입니다.

속이 꽉 들어차 있는 꽃게도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갑자기 게장이 생각난다는...

전복 전문코너

서민반찬이죠, 고등어

건옥돔 코너입니다.

먹음직스러운 돼지족발과 머릿고기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요.

식당 골목입니다.

먹자골목이구요. 수십년 된 국밥집들이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구수한 향이 미각을 자극합니다.

분식 코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요.

각양각색의 돌하루방 인형들

주차장 한켠에 장갑들이 널려있는 모습 또한 그냥 지나칠수 없는 모습이네요  

동문재래시장은 제주상설시장의 시초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시장은 1945년 국방경비대 제9연대 창설로 인해, 제주읍 일도리 1146번지(현 동문로터리 일대) 남수각 하천 하류 주변에 각종 일용품 및 채소·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노점이 하나 둘 생기면서 형성되었습니다.

그 후 동문상설시장은 1954년 3월 13일 화재로 시장건물 11채가 불에 타,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1억 7,900만 환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기도 하였습니다.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54년 10월 28일에 상인의 담뱃불 부주의로 다시 화재가 발생하여 남은 건물 23채(133점포)를 모두 태워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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