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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길 가던 동네아이에게 새뱃돈을 줬더니

by 광제 201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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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뱃돈을 주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설과 추석, 명절 연휴의 3일 모두를 쉬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네요. 햇수로 세어보니 무려 20년도 넘었습니다. 회사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몸담고 있는 직장이 요즘 한가한 덕(?)을 좀 봤습니다. 때문에 3일 동안 이어진 연휴동안 처갓집에서도 하룻밤 보내고 애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나들이도 좀 다니고 그랬습니다. 덩달아 애들만 신났습니다.

빳빳한 신권으로 50만 원 정도 준비해뒀던 새뱃돈, 두툼하게 잡혀있던 지갑도 어느 샌가 얄팍해져버린 것이 느껴집니다. 애들 둘이 받은 새뱃돈을 합해 보니 지출에는 턱 없이 모자라는데, 매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수입이 지출을 넘어 선다는 건 애시 당초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가 봅니다. 딴에는 애들이 받은 새뱃돈이 부모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 수지타산을 논하는 것도 좀 그렇네요. 기분 좋은 지출이어야 할 돈, 바로 새뱃돈이 아닌가합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지출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는가 봅니다. 명절연휴 3일 중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주차를 하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던 중 어린애 한명이 다가와서는 꼬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난데없이 길가에서 새배를 하는 이 녀석, 가만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애였습니다. 평소 아들 녀석과 공을 차며 노는 모습도 종종 보곤 했던 녀석입니다.


안면 좀 있다고 새해인사를 해준 기특한 녀석, 때가 때인지라 차마 그냥 보낼 수가 없더군요. 그냥가려는 녀석을 불러 세우고는 지갑을 열었는데, 하필이면 가진 게 전부 만 원짜리 지폐더군요. 헌들 어쩌겠습니까. 이미 액션은 취했는데, 바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새뱃돈으로 줬더니 기분이 좋았던지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내의 손가락이 나의 옆구리를 파고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습니다.

"아니, 남의 애에게 돈을 함부로 주면 어떻게 해?"

"뭐가 어때서? 새배해서 기특해서 주는 건데.."

"주는 건 좋지만 애들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 줘야지..."

"아니, 생색낼 걸 내야지, 새뱃돈으로 생색을 내려하냐..."

"생색을 아니고 돈이란 게 그렇잖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내와 실랑이가 벌어진 것입니다. 아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무리 새뱃돈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한창 커가는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만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쥐어 준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녀석의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출처도 불분명한 돈 일수도 있기에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딴에는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통 자녀들의 손에 난데없는 물건이나 돈을 쥐고 있을 때, 그 출처를 놓고 다그칠 때가 간혹 있습니다. 부모들이 수긍이 가게끔 이해를 시킨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반대라면 정말 곤혹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 아마도 애들을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공감이 갈 겁니다. 설 명절, 기분 좋게 베푼 새뱃돈이 자칫 그 자녀와 부모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지만 깊은 고민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애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은 다 같다는 것, 아내를 통해 또 하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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