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만사

외래식물에 파괴되는 제주 생태계, 제주들판을 뒤덮은 도깨비가지

by 광제 2016. 11. 15.
반응형

       



외래식물 도깨비가지에 잠식당하는 제주의 들판 

얼마 전에 들꽃여행 행사가 열리는 당오름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당오름은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오름인데요, 주변 경관이 아주 뛰어나고 깊고 넓은 분화구, 그리고 사면 능선에 피어난 야생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아름다운 오름입니다.

제주도에 존재하는 368개의 오름 중에는 유독 앞에 ‘당’자가 붙은 당오름이 여럿 존재하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름은 송당리에 있는 당오름, 그리고 조천읍 와산리에 있는 당오름,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당오름(당산봉), 그리고 이곳 동광리에 있는 당오름 등, 총 네 곳에 이릅니다.

제주도에는 예로부터 '당오백 절오백' 이라 했을 만큼 당도 많고 절도 많았었다고 합니다. 어느 마을을 가던지 당신(堂神)을 모시는 당(堂)이 있습니다. 제주 신화 속 1만8천 제주신의 어머니인 ‘백주또’가 살았던 마을이 바로 송당(松堂)마을이고 송당마을에 있는 당오름에 가면 백주또를 모신 본향당(本鄕堂)이 있습니다.

이곳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당오름에도 옛날 무당이나 주민들이 찾아와 비원을 드리던 당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당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은 ‘동광육거리’라고 하면 어디야? 하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평화로의 구조가 변경되기 전에는 산남 산북, 그리고 제주 서부지역까지 아우르는 왕래가 아주 많은 교차로였습니다. 그 동광육거리에서 금악 방향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길 오른쪽으로 그럴싸한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유지 목장이라 철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제주에서 일반적으로 오름 탐방을 목적으로 목장출입과 오름에 오르는 것을 강제하여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철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오름의 입구까지 시원스럽게 콘크리트 도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로 당오름으로 가는 길입니다.



당오름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가을 철 야생화가 굉장히 많이 피어 있습니다. 야생화의 규모가 셀 수도 없이 많아서 마치 인위적으로 꾸면 놓은 꽃밭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



야생화는 보기만 해도 무슨 꽃인지 척척 알아맞히는 전문가들이 참 많은데요, 저는 한번 듣고는 자구 까먹더라고요.
이 꽃도 아주 예쁘지요? '당잔대'라는 꽃입니다.



이것은 한라꽃향유~~^^



흔한(?)쑥부쟁이~^^



오름의 정상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느릿느릿 걸어 올라도 10분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곳까지 오를 수 있는데요, 이곳 당오름은 부지런히 오르면 재미가 없습니다. 야생화와 눈빛도 교환하고 등 뒤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환호성도 질러보면 그 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해소되지요. 눈앞에는 산방산과 모슬봉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당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굉장한 규모의 분화구가 눈에 들어오고 분화구 너머로는 한라산과 오름 군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분화구안에는 들꽃여행에 심취해 있는 분들이 보입니다. 이 날 오후에는 저 분화구 안에서 오름 음악회가 열렸는데요, 저는 다른 일정이 있어 보지를 못했네요, 꼭 보고 싶었던 음악회였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당오름은 안덕면 동광리 산68-1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고도는 473m, 실제 오르는 높이는 118m입니다. 북사면쪽은 다소 가파르고, 남사면은 완만한 능선을 이루면서 정상에는 둘레가 약 800m 깊이는 약 40m 정도 되는 원형 분화구가 있습니다. 분화구 안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진지를 구축했던 자리와 분화구 중턱에는 일제가 파놓은 5개의 진지동굴이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흔적을 갖고 있는 오름이라 할 것입니다.



당오름 입구 쪽 모습입니다. 제주도의 어디를 가든 눈에 들어오는 풍경,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소들과 제주만의 독특한 산담 풍경도 처음 보는 이들에게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곳 당오름 능선에 서서 아래쪽 목장 초지 지대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소들을 방목하는 목장지대라면 깨끗하게 초지로만 이뤄져야 하는데, 초지를 가득 덮고 있는 정체불명의 식물들, 과연 무엇일까요?



그런데 그 규모가 실로 엄청납니다.



초지가 완전 잠식당할 정도로 번식을 하여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니다.



목장 지대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정체불명의 식물들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 목장을 잠식하고 있는 식물은 바로 ‘도깨비가지’라는 식물이었습니다. 북미가 원산이며,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에 번식을 막아야 하는 식물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생태연구회 회원들 위주로 주기적으로 제거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여 이 정도의 손길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도깨비가지는 1978년 국내에 처음 보고되었으며, 일단 한번 정착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번식하여 다른 식물의 정착을 막는 등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2002년에 환경부가 생태교란식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여 이 식물이 이곳 제주도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일까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깨비가지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동물의 사료에 씨앗이 섞여 들어오고 그 사료를 먹은 뒤 배설물에 의해 번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도깨비가지는 생태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이 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자칫 소들이 실명을 할 위험성이 아주 크다고 합니다.



줄기와 잎에 아주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도깨비가지의 생김새 때문입니다. 제거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두터운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제거를 해야 할 정도로 드센 가시를 가지고 있는 이 식물, 소들이 풀을 뜯다가 눈에 찔리기라도 한다면 바로 실명이라고 합니다.



가지과의 식물로 호피무늬의 둥근 열매가 열리며 익으면 노랗게 변합니다. 꽃은 6-10월에 피며, 줄기 옆에서 나온 꽃은 가지 꽃을 쏙 빼닮았으며 연한 보라색을 띱니다.

북미가 원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1979년 우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2000년대 초반에 한림읍 이시돌 목장 주변과 표선면의 제동목장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이곳 당오름 주변이 매우 심각해 보이는데요, 오름의 주변으로 온통 도깨비가지 천지여서 강한 번식력을 감안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이곳 주변이 도깨비가지로 잠식당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아니, 한정적으로 이곳 주변만 이런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제주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제주도 전역으로 번지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 알림으로 유익한 정보를 받아보세요~ 
페이스북 친구맺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