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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제주도 대중교통 개편] 혼란스러웠던 제주도 대중교통 첫날

by 광제 2017.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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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기만 했던 제주도 대중교통 개편, 최악의 첫날

“도민은 갈길 잃어 우왕좌왕, 운전기사는 고질적인 불친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행을 하는 것 하고, 준비도 없이 덜컥 시행해 놓고 도민들 스스로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것 하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도민들의 불편이 눈에 보듯 뻔한 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그건 악질 행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준비를 마쳤다면 소프트웨어도 그에 따라줘야 마찰이 없는 법입니다. 3년 동안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준비한 일이라면 최소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노선을 표시한 안내책자는 꼼꼼히 살폈는지, 도민들의 생활권 주요 이동경로와 흐름을 파악하고 노선을 정한건지, 정류장 표시와 그 정류장을 거쳐 가는 노선의 안내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시설들은 최첨단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너무나도 준비 없이 시행을 했다생각이 듭니다.

평일이었으면 더 처절(?)한 경험을 했을 텐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는 주말에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무려 30년 만에 바뀐 대중교통 정책이 과연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험난한 여정은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외도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주시 외도동은 제주시내에서는 제법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에 하나입니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정류장에는 종이로 된 노선 안내도가 딱 두 개 붙어 있습니다. 약식으로 적어 놓은 안내문이 있지만 자세한 노선을 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정류장마다 거쳐 가는 버스들이 있습니다. 최소한 그 버스의 노선들은 전부 표시를 해서 붙여 놓았어야 합니다. 버스 시간표 탈부착 작업 중이라고 버젓이 붙여 놓은 것이 보입니다. 작업 중이 자랑이 아니잖습니까? 어떻게 시행하는 정책인데 준비도 없이 시행을 한단 말입니까.

곧 도착하는 버스를 전자모니터에 표시해 놓고 있지만 글씨가 컷지만 비효율적이었고, 빠르게 화면이 바뀌어 버려서 확인도 쉽지가 않습니다. 설상가상, 제가 타고자 하는 450-2번 버스는 표시도 되지 않습니다. 버스가 오기는 할까 불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나마 버스가 와주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가까스로 시내의 환승지로 향하는 지선버스는 탔습니다. 하지만 동광환승센터로 가기 위한 버스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거리를 걸어야 할 판입니다. 인구밀도 높은 외도동에서 노형동 중심지로 직접 가는 노선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는 왜 그러냐는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지만, 최소한 외도동에서 서귀포로 환승을 해서 가기 위해서는 도보운동을 타의적으로 해야 할 판입니다.

환승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노형성당 정류소에서 내려야합니다. 이곳에서 정존마을 정류소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노형성당 정류소에는 ‘광평동로’ 라는 정류소 명칭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노선이나 안내책자에는 노형성당이라 적어 놓고 정작 정류소에는 노형성당임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동네주민들이야 알겠지만,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관광객이 노형성당 정류장이라는 안내만 믿고 찾았다가 낭패를 볼 것이 뻔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류가 난 곳이 과연 이곳뿐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주도내 수많은 정류장이 실제 안내노선과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류장 명칭이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면개편을 하면서 안내노선과 실제 명칭을 통일시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요.

노인 분들이 걷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이동을 하면서 한라대 입구 사거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정류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곳 한라대 입구 사거리는 동서남북으로 상당한 많은 교통흐름이 있는 주요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걸어서 도착한 정존마을 정류장은 노형동에서 서쪽이나 평화로를 타고 모슬포와 서귀포로 이동해야 하는 주요 정류장 중 한곳입니다. 대중교통 정책 시행 첫날이라면 당연히 도우미 한분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오전 2시간, 오후에 3시간 정류장에 나와 도우미를 한다고 합니다.

노선은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모니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글자들만 표시되는 사이에 인근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보성리까지 가야하는 한 할머니는 한 시간 넘게 오지 않는 버스만 기다리다 이미 기력이 소진된 상태입니다. 버스는 왔겠지만,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짜증을 내던 한 남자 분은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집니다.


(손들고 물어보기를 여러차례, 결국 이번 버스도 그냥 보내야 했던 보성리 할머니)

정류장에서의 안타까운 장면들을 보면서 노선 도우미를 하고 싶었지만, 예정되었던 일이 있어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제주공항을 출발하여 서귀포까지 가는 급행버스입니다. 동광환승센터까지 갈 예정인데, 버스기사의 행동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에 어떤 여성분이 버스에 오르면서 “서귀포까지 가죠?” 물어보니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조금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그동안 줄곧 문제가 되어 왔던 제주도 버스기사의 불친절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든가 “어서오세요”라는 인사까지는 치사해서 바라지도 않습니다. 손님이 물어봤으면 대답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 대중교통 개편을 하면서 운전기사의 제복화를 전면 시행하고 친절교육까지 추가로 마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친절교육은 운전기사들 대상으로 안하고 어디 당나귀들 데려다 놓고 했단 날입니까?

과연 이뿐이었을까요?

잠시 후에는 더 가관입니다.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더니 전혀 개의치 않고 통화를 시작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이어폰은 어디다 뒀단 말입니까.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5분 넘게 운전 중 통화를 합니다.

버스의 도어를 개폐할 때 사용하는 열쇠는 그냥 꽂아둔 채로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달리다 보니 열쇠가 가만히 있기 만무입니다. 귀에 거슬리는 잡소리가 버스 안까지 크게 들립니다. 더욱이 이 버스는 이번에 새로 도입된 신기종 차량입니다. 열쇠가 흔들리며 차량에 부딪히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하드웨어가 아무리 잘 만들어졌으면 뭘 합니까.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운전기사의 마인드는 그대로인 것을. 정책시행첫날이라 그러려니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앞서 단 하나라도 예전보다는 좋아졌구나 하는 것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요?


대중교통 개편 첫날, 직접 버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 주요 정류장에는 안내도우미를 당분간 상시 배치하십시오.

- 노선안내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현장에 적용하도록 하십시오.

- 연세 드신 노인 분들에게는 주로 다니는 경로를 여쭙고, 앞으로 몇 번을 타라고 꼭 알려주십시오.

- 정류장 안에는 그 정류장을 거쳐 가는 전 노선에 대해 안내문을 서둘러 부착하십시오.

- 정류장 명칭은 노선에 나와 있는 명칭과 일치 시키십시오.

- 정류장 모니터의 글자를 수시로 바뀌게 하지 말고 버스가 오는 순서대로 표시되게 하고 보기 편한 크기로 변경하십시오.

- 정류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온실효과로 뜨거워서 안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버스가 오는 방향(손님확인)만 빼고 썬팅이라도 좀 하십시오.

- 운전기사 친절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불친절했을 경우 강한 페널티를 주십시오.

- 콜센터 전화 응대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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