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명품조연들의 딸 바보론, 공감하는 이유
2회에 걸쳐 조연급 남자배우들이 1박2일 특집프로그램에 출연을 했지요.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솔직히 저는 여배우 특집보다 더욱 관심 있게 봤고 실제로도 더 재미있었답니다. 더욱이 2회째에서는 명품조연들이 1박2일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었지요. 실제로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 보여준 명품조연들, 그동안은 예능프로 출연을 썩 달갑지 않게 여겨오던 이들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익숙한 배우인 성동일을 비롯하여 안길강, 고창석, 김정태, 조성하, 성지루 등, 명품조연들이 출연하여 명품예능을 만들어 내게 된 배경에는 바로 '자식사랑' 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었지요. 본인들은 애초에 예능프로엔 출연할 마음이 없었으나 아들, 딸들이 한결같은 요청을 이기지 못하고 나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프로그램에서도 애틋한 자식사랑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자식사랑에는 장사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지요.
이 내용을 보면서 왜 그렇게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아내에게 뜬금없이 던진 질문 한마디가 떠오르네요.
"엄마~! 우리아빠도 딸 바보 맞지?"
"응...맞어..니네 아빠 딸 바보 맞다..."
아내와 딸의 대화내용입니다.
방안에 있던 나의 귀를 피해갈수 없었지요.
쓰던 글을 잠시 뒤로 미루고 거실로 뛰쳐나갔지요.
"뭔 소리야? 내가 딸 바보라니..."
가만 보니 TV의 저녁프로그램에서 딸 바보에 대한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딸애가 아빠의 경우와 너무 흡사하다고 생각했는지, 지 아빠를 들먹인 것이지요.
뭐 어쩌겠습니다. 딸이 원하는 일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마따나 딸 바보가 맞긴 맞나 봅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딸애가 원하는 일이라면 대부분 들어 줬었고, 바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라면 약속을 정하여 차후라도 반드시 지켜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내는 늘 불만이지요. 딸애 버릇 나빠진다고 그러는 것이지요. 때문에 아빠인 제가 없을 때는 허구헌날 티격태격인가 보더군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면 딸애가 꾸중을 들을만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딸애에게 만큼은 심한 소리를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래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딸애의 얼굴만 보면 미소만 나오는걸 보면 정말 딸 바보 증세가 중증인가 봅니다.
아들에게는 조금 틀리지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할 때는 어김없이 혼을 내지만 유독 딸애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좋습니다.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 가는 모습도 예쁘고, 놀이터에서 놀다 꼬질꼬질하게 흙을 묻혀 들어와도 마냥 예쁘기만 하고, 시험성적이 나오질 않아 수학점수 35점을 받아올 때도 그저 기특하기만 하였답니다.
우리가 보통 딸애들에게 묻는 것이 있지요. "너는 나중에 어떤 남자와 결혼할 것이냐?" 대답은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대번에 아빠 같은 남자라고 대답을 하지요. 비록 아내에게는 다음생애는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남자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딸애에게 만큼은 이 세상 최고의 남자가 아빠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의 얘기를 들어보고 공감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지독한 딸 바보라고 욕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흉을 보더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좋은걸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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