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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파도에 쓸려가는 낚시꾼을 구했습니다

by 광제 201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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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밤이었습니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손보고 대비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새벽이 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고 제5호 태풍 '메아리'가 제주도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물러가는 것을 보고는 그때서야 퇴근을 할 수가 있었지요.

태풍이 물러간 듯 보였지만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어옵니다. 퇴근을 하는 길에 자동차의 핸들을 해안도로로 돌려봤답니다. 바다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는 완전히 그쳤고, 먼 바다는 잠잠해 보였지만 가까운 해안으로 올수록 파도의 높이는 상당합니다. 해안의 거대한 현무암을 집어 삼킬듯합니다.



그런데 잠시 후,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위까지도 집어 삼킬 듯한 파도에도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혀를 찰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지요. 오랜 전에 태풍이 불 때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낚시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혀를 차면서 지나치는데, 낚시꾼이 한사람이 아니더군요. 다른 곳에 또 한 사람이 보이는 겁니다.

눈을 잠시 낚시꾼에 뒀다가 돌리는 아주 짧은 순간, 집채만한 파도가 낚시꾼을 덮치는 것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고 굉장히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지요. 자동차를 세우고 반사적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파도는 쓸려 내려갔지만 낚시꾼은 아직도 바위위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지만 부상을 입었는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거의 기다시피 피신을 하려는 낚시꾼, 그냥두면 또다시 파도에 휩쓸릴 것이 분명해 보이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어디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어 보입니다.

나도 무슨 생각으로 뛰어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부축을 해줘야 할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얼핏 상태를 보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지만 손바닥과 무릎에는 이미 피기 흥건합니다. 날카로운 바위에 부딪힌 것으로 보입니다. 재빠르게 피신해야 할 상황입니다. 절뚝거리는 낚시꾼을 부축하고 가까스로 몸을 피했구나 싶었을 때, 이 광경을 보고 남자 한분도 합세를 하였습니다. 지나가다 도움을 주려고 달려온 것이지요.

두 사람이 양쪽으로 부축을 하여 가까스로 도로 위까지 올라오고 나서야 겨우 안심이 되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중상은 면한 것으로 보이는 낚시꾼, 얼굴은 혼절한 표정 그 자체였답니다. 119를 부르려는데, 괜찮다며 극구 만류를 합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며, 자동차의 문을 여는 모습까지 보고 돌아서는데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닙니다. 가벼운 상처로 끝났기를 바랄 수밖에요.

그리고 두 번 다시는 무모한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나뿐인 생명 자신이 지키셔야죠. 길을 가다 자기 일처럼 달려와 도움을 주신 40대로 보이는 남자 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번 태풍의 피해도 최소화하기를 바래봅니다. 이제 눈 좀 붙였다가 또 야근 나가야 합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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