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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경

귀한 사람과 걸어보면 좋을 제주의 명품 숲길

by 광제 2011.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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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숲길, 그리고 유서 깊은 사찰

이번에서 여수에 사시는 임현철님이 제주도엘 오셨답니다.
합천 고려대장경 축제장에서 보고는 한 달 만에 다시 만나는 셈이네요. 아무런 계획 없이 혼자의 몸으로 제주공항에 내린 임현철님. 제주에 왔으니 알아서 하랍니다. 이런 짓궂은 심보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하기사 지난여름에 여수에 갔을 때 신세를 졌으니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오후 2시에 공항에 내려 주어진 시간이라 해봐야 서너 시간에 불과합니다.
왠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비경을 보여드려야 할 듯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 억새꽃이 피어있는 제주의 오름을 보여드려야지 하고는 동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5분이나 흘렀을까. 문득 오름보다는 더욱 운치 있는 한곳이 머릿속을 스쳐가더군요.

가던 길을 돌아서 다시 한라산 1100도로를 향해 달렸습니다.
단풍이 절정기에 이른 한라산의 중턱. 한라산 숲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은 물론, 가을이 내려앉아 한껏 운치가 있을 것 같은 고즈넉한 숲길, 그 숲길의 끝에는 유서가 깊은 오래된 사찰이 자리하고 있으니 제주의 가을풍경을 대변하는 곳 치고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한라산 영실 주차장.
주말이라 밀려든 단풍 구경꾼들로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난 뒤였습니다. 이미 한라산 등반은 통제된 시간입니다. 영실주차자장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존자암길. 1800원의 주차비를 지불하고서야 차단봉이 올라갑니다.


존자암 숲길 입구

영실주차장에서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걷는 겨우 1km 남짓한 거리.
어른의 걸음걸이로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숲길이지만, 뼈 속 깊이 스며드는 청량한 공기와 깊은 숲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에 모든 근심걱정을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는 매력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거기에 붉게 물든 단풍잎이 머리 위에 늘어져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그 숲길을 걸어보겠습니다.

가을날씨 답지않게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길. 

존자암 숲길의 단풍

올해 한라산의 단풍은 정말 맥없이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절정기를 앞두고는 강한 바람에 제대로 물들이지도 못하고는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지요. 지난해에도 그랬는데, 농사로 치면 아주 흉작입니다. 그나마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았는지 존자암길에는 붉은 단풍이 조금은 남아있네요.

길가 숲속의 단풍 모습

길은 중간중간에 조그마한 오르막이 있을 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입니다.







약 15분 정도면 만날 수 있는 존자암.



안개에 싸여 한껏 운치를 뽐내고 있는 존자암

한국 최초의 절, 2400년 전 한라산 존자암


숲길의 끝에 다다르면 아주 조용한 사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 한라산 깊은 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바로 '존자암지'란 절터인데, 이곳에 있었던 존자암은 2천4백여 년 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사찰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2년(372)인데, 이보다 앞선 48년에 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인도의 불교국가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온 공주 許黃玉과 혼인했다는 설화 등을 근거로 가야 불교가 고구려보다 3백여 년 전에 남방 해양 루트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학계에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또한 제주 불교는 가야 불교보다 400여년 앞서 남방 해양 방면으로부터 전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1520년 8월 제주도에 유배 온 충암 김정이 지은 [존자암중수기]에 따르면 '존자암은 삼성(고.양.부)이 처음 일어날 때 창건되었는데 제주. 대정. 정의현이 솥발처럼 된 이후 까지도 오래도록 전해졌다. 4월이 되면 좋은날을 가려 삼읍의 수령들 가운데 한사람을 선정하여 이 암자에서 목욕재계하고 재사를 지내도록 하였는데, 바로 이것이 국성재(國聖齋)이나, 지금은 이재를 폐한지 7~8년이 되었다.' 고하여 존자암은 이미 오래전에 창건되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2천5백 년 전 인도에서 모셔온 세존사리탑이 있는 곳


최초의 사찰이었음을 크게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16 아라한 중 탐라국 제6존자 발타라존자가 2550년 전 인도에서 모셔 온 세존사리탑이 이곳에 성스럽게 모셔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발타라 존자가 불법을 전하기 위하여 이곳 탐몰라주(제주도)에 와 수행하면서 불교를 전하였던 도량인 것입니다.

존자암지에 있는 세존사리탑.
존자암지의 세존사리탑은 제주석으로 만들어진 도내 유일의 석종형 사리탑으로 유려한 곡선미와 세련된 조각미를 지녔습니다. 지대를 단단히 다진 후 고려시대의 특징인 8각의 기단을 구축하여 그 위에 괴임돌을 놓고 탑신을 얹어 옥개석을 동일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위에 놓인 하대를 옆에서 깎아 들어가 직경 23cm의 사리공(舍利孔)이 돌출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한라산 약수.
한라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약수에 목을 축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뜻 깊은 불교성지인 존자암은 최근에야 복원이 되었는데, 서귀포시는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옛 문헌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존자암지(尊者庵址)에 대한 정비사업을 10년 전인 1992년부터 총 사업비 22억여 원(국비 7억7000여만원 포함)을 들여 추진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의 핵심인 존자암지 대웅전과 국성재각(國成齋閣) 등 주요 건물에 대한 복원공사를 2001년부터 추진해 2002년 마무리하여, 2002년 11월 3일 오전 한라산 해발 1200m 속칭 '볼래오름'중턱에 위치한 존자암지에서 대웅보전과 국성재각 낙성식과 만등불사 대법회를 거행했습니다. 이로써 탐라시대의 사찰로 전해지던 한라산 영실 인근의 존자암(尊者庵)이 350여 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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