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만사

아이들에게 천원 짜리를 세뱃돈으로 줬더니

by 광제 2012. 1. 25.
반응형






설날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애들이 어른들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애들의 표정을 보니 하나같이 기대에 찬 얼굴들, 얼마나 이 시간을 학수고대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를 하고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아 든 녀석들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받아든 지폐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기 바쁩니다. 마냥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나눠주는 세뱃돈의 금액은 대부분 만원씩입니다.

몇년 전에도 제가 똑 같은 장난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아내의 지갑에 들어 있던 빳빳한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들었지요. 슬슬 내 앞으로 몰려오는 녀석들.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기분 좋은 세배를 받았습니다. 이제 세뱃돈을 나눠줄 차례입니다. 아내의 손지갑에 두툼하게 마련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모두에게 한 장씩 나눠주며 애들이 보이는 반응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표정관리를 하며
시치미 뚝 떼고 나눠준 천 원짜리 지폐.

순간 세뱃돈을 받아든 애들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
하였습니다.

-손에 쥔 천 원짜리를 한참 동안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녀석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녀석

-지폐를 앞뒤로 돌려 금액을 확인하는 녀석

-다른 애들한테는 얼마를 주는지 곁눈으로 살펴보는 녀석


요즘 아이들, 그냥 넘어가질 않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큰아빠~! 천 원짜리인데요?"

"어~그래! 큰아빠는 돈이 없어서 천 원씩 밖에 줄 수 없단다. 그래도 세뱃돈이니 저축도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이 말을 듣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녀석은 끝내 자기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서는 천 원짜리를 보여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거의 동시에 재잘대던 모든 애들의 표정도 굳어져 버렸습니다.

짓궂은 장난이란 걸 알고 있는 어른들은 웃음을 참으며 재밌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애들만큼은 심각합니다. 당연히 만원일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천원을 받았으니 그 실망은 말도 못했겠죠. 이에 따른 애들의 반응 또한 의외로 차가웠습니다.

웃고 즐기는 사이, 다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나눠주고 나서야 장난이란 걸 눈치 챈 녀석들이 그때서야 찡그렸던 얼굴들이 펴지더군요.

설날 때마다 주머니를 빠져나가는 두둑한 현금.
복된 세뱃돈과 덕담으로 올 한해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게 일 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제주초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