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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만나는 만추의 단풍

by 광제 201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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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싶은 가을 단풍, 이곳에 가면.......

바람 많은 지방에 산다는 것......
삼다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피할 수 없는 특색 중 하나이지만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얘기한 적이 있지만 은행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라 가을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바람 따라 흩날리는 억새물결과 한라산을 붉은 물결로 수놓는 단풍잎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바람이 많다보니 다른 지방에 비해 단풍이 오래가질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꽃은 따뜻한 지방인 제주도에서 먼저 개화를 하지만 가을의 대표적 볼거리인 단풍은 추운지방인 북쪽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요, 그런 까닭에 전국의 다른 산 보다는 한라산이 조금 늦은 편이랍니다. 단풍절정기만 잘 맞춰서 찾아간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라산입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한라산 단풍 구경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단풍절정기를 앞두고 사나운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바람이 문제입니다. 단풍잎에 붉은 기운이 채 돌기도 전에 강한바람이 휩쓸고 가버리면 그나마 있던 단풍잎마저 우수수, 절정기를 맞춰 한라산을 찾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한 일은 아닙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에만 명품단풍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한라산에 단풍이 아름다기로 소문난 곳은 해발1000~1700고지 사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곳에서는 앙상한 가지만이 쓸쓸하게 가을 풍경을 대변하고 있지만 해발 500~600고지 주변으로 잘 조성된 천연림들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두 개의 코스가 개발된 한라산 둘레길이 있고, 명품숲길로 이미 잘 알려진 사려니숲, 그리고 곶자왈 숲길 등이 그것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려니숲길은 바로 지금, 놓쳤다 싶은 제주도의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완만한 평탄 지형으로 이뤄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잇는 사려니 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바 있는 112번국도인 비자림로에서 시작하여 서귀포시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15km의 숲길을 말합니다. 

사려니숲을 걷는 사람들

사려니 숲길은 과거에는 표고를 재배하는 인근 주민들이 왕래하는 용도로만 이용 되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몰아치면서 2009년 5월에 단장을 하여 일반인에 개방된 숲길입니다.  봄과 여름에는 초록의 향을 한껏 품은 원시림 특유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잇는 곳이지만 지금처럼 만추의 계절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을정취를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사려니숲에 내려 앉은 가을


가을정취가 묻어나는 사려니숲길

숲길이라고 하면 의례히 난코스가 예상되는법, 하지만 사려니숲길은 특이하게도 15km에 이르는 장거리 숲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 지역이 평지로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아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자연학습장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양한 식생과 육식성 포유류인 오소리와 제주족제비 등이 서식하고 있고 천연기념물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인 매와 팔색조도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이곳 사려니 숲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 할 것입니다.

사려니 숲길을 걷다 쉬어가는 사람들

가다가 지치면 쉬어가면 그만이지요. 사려니숲길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작점부터 도착지점인 사려니 오름에 이르는 곳곳에 마련된 테마공간입니다. 곳곳에 마련된 독특한 테마포인트는 스쳐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참꽃 나무숲', '치유와 명상의 숲', '서어나무숲' 등이 그것인데, 이렇게 자연친화적인 천연의 볼거리와 웰빙 건강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끝에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사려니 숲길


천미천의 가을

예전에는 없었던 멋진 사진 포인트도 새로 생겼습니다. 이곳은 입구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천미천이란 곳입니다. 한라산 높은 곳에서 부터 시작하여 여러개의 오름을 거치며 아래로 흘러내리는 하천인데, 물이 흐를 수 있는 길만 놓고 본다면 제주도에서 가장 긴 25.7km의 하천입니다. 하지만 제주도의 하천은 대부분 화산지질구조의 특성상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폭우가 내릴 때 급류가 형성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곳 천미천이 그렇습니다. 때문에 갑자기 비가 내릴 경우 자칫 고립될 수도 있을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멋진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천미천 구름다리의 가을

내륙지방에서 보아오던 고운 단풍잎은 아닐 겁니다. 한라산에선 상대적으로 바람이 덜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사려니숲길의 단풍도 많이 상한 느낌입니다. 제주도의 바람이 얼마나 극성스러운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왠지 서정적인 뜻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사려니'라는 이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에 있는 '사려니오름'에서 따온 말인데, '사려니'라는 말은 제주 사투리로 신성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살'에다 안(內)의 합성어인 '살안' 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려니오름은 다르게는 소랭이오름, 사랭이오름, 四連伊岳(사련이악), 四連岳(사련악)이라 부르기도 하며, 해발 523m에 비고는98m의 오름입니다.

늦었다 싶은 가을 제주의 단풍구경, 지금 바로 사려니숲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떠한지요.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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