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가장 큰 연꽃 자생지, '하가연화지'
“연분홍 연꽃 물결, 8월이 적기”
여행객들이 작정을 하고 찾아가면 모를까, 누구에게나 알려진 코스대로라면 알 수가 없는 곳이지요. 물어물어 찾아가는 곳으로서 제주도에선 가장 규모가 큰 연꽃자생지이기도 합니다.
애월읍 중산간 마을에 있는 연못하나, 제주도에서는 드물게 연꽃이 화려하게 피는 연못 중에 하나인데, 제주도 사람들 중에서도 이곳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더군요.
연못에 얽힌 역사를 보면 과거 고려 충렬왕 때에는 이곳이 산적들이 지내는 집터였고, 산적들이 이곳에 거주를 하면서 지나는 행인들을 약탈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산적들이 소탕되고 난 후 17세기 중반 대대적인 수리 공사를 단행하여 식수로 쓸 연못, 소나 말에게 먹일 연못, 그리고 빨래터로 사용할 연못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답니다.
또한 이 연못 한가운데는 육각으로 된 정자가 멋스럽게 서 있는데, 이 정자 또한 근대에 와서 지은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육각정을 짓는 과정에서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와 기와 등이 연못 속 같은 자리에서 발견되었지 때문이지요.
연분홍 연꽃이 유혹하는 하가연화지로 안내할 텐데요, 바로 지금 이 계절, 이곳 애월읍 하가리 연화지에는 연분홍빛의 화려한 연꽃들이 만발하여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데요, 무려 3천350평에 이르는 넓은 연화지에 연분홍빛을 한 연꽃들이 바람에 나풀거릴 때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많지는 않지만 수련의 화려한 자태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연꽃뿐만이 아니고 수련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과거에는 수련도 종류별로 적수련과 백수련 황수련까지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적수련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연꽃은 특성상 한 날 한 시 한꺼번에 쫙 피었다가 지는 것이 아니라, 첫날은 봉오리만 피우고, 둘째 날에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이며, 셋째 날에는 피웠던 꽃잎을 떨굽니다. 꽃대마다 피고 지는 날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또한 비교적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이르면 7월 중순, 보통은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며, 8월에 가면 절정에 이른 연꽃을 볼 수 있고 좀 늦은 경우라면 9월까지도 아름다운 자태가 남아 있을 때도 있고, 이곳 연화지에는 연꽃뿐만이 아니고, 산책로를 거닐다 재수가 좋으면 개구리나 물뱀 등 수생 생물들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물속에는 지금도 잉어나 붕어 뱀장어 등도 서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가연화지에는 위와 같이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누구라도 쉽게 연못 곳곳을 둘러볼 수 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연꽃의 자태를 카메라 앵글로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연분홍의 고운 빛깔을 한 채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여인네의 고운 옷자락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연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연꽃은 화려하게 피어 있는 모습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꽃잎이 떨어져 버려 벌집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꽃받침의 모습도 이채롭습니다.
꽃받침 속 열매의 모습도 참 독특하지요. 얼핏 보면 구조가 샤워꼭지와 많이 닮았습니다.
가을의 전령사인 잠자리도 어디선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어느덧 입추인데, 자연은 우릴 속이는 법이 없네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1569-2번지를 찾아가시면 되고요, 주변에 더럭분교라는 예쁘고 아담한 학교가 있습니다. 수업 중에는 출입을 할 수 없지만 주말이나 방과 후, 잠깐 둘러보면 좋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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