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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녀 많은 것도 웃음거리 되는 한국 사회

by 광제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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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넷 데리고 외식 갔다가 손가락질 받은 사연

엊그제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전날 밤부터 생일날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는지 아주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선물은 둘째 치고 해마다 애들의 생일이면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외식을 해 왔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외식 행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볼까 했었는데,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뷔페를 이용하기로 하고 가족들과 뷔페식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시내에는 호텔 외에는 마땅한 뷔페식당을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나마 해안도로변에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한 곳이 있어 이미 마음이 들떠 있는 애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간것이죠.

차에 태우고 간 애들은 모두 넷, 글쓴이의 아들과 딸, 그리고 맞벌이를 하고 있는 처남의 자녀인 6살과 2살인 사내 조카 녀석 둘, 이 두 녀석은 아빠와 엄마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저의 아내가 돌봐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넷을 태우고는, 처남 부부와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애들 넷을 데리고 기분 좋게 딸애의 생일 파티를 해주려고 뷔페식당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만 해도 잠시 후에 나에게 닥칠 따가운 시선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식당은 3층 건물 맨 위층인 3층은 우리 가족들이 찾아가는 뷔페식당이고, 1,2층은 레스토랑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형태의 건물입니다. 차를 주차하면서 보니 주말이라 그런지 1,2층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의 경치를 바라보며 그들만의 파타를 열고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주차를 하고는 애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이었습니다.

1층과 2층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우리 가족들에게로 쏠렸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무슨 구경났나?” 흠, “애들이 귀여우니까 쳐다보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귀여우면 애들만 쳐다볼 것이지 훑고 지나가는 시선들이 나에게로 쏠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물며 2살짜리 조카를 안고 있는 아내와 저를 번갈아 훑어봅니다. 어떤 이는 웃기도 하고, 어떤이는 손가락질 까지 합니다.

가만 보니 이들이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보고 있는 광경은 다름 아닌, 네 명의 자녀를 둔 부부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애들의 나이대도 그럴싸합니다. 11살, 9살, 6살, 2살이다 보니, 웃으며 쳐다보는 저들의 눈에는 애들을 네 명씩이나 낳아 기르는 능력(?)있는 부부의 모습으로 비춰진 것입니다.

저들의 시선들이 애들에게만 두고 있었다면 그 시선이 주는 의미를 몰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들과 우리 부부를 번갈아 바라봤을 때야 비로소 저 시선들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뭘 보냐고 소리칠 상황도 아닙니다. 시선이 주는 의미를 알기에 이미 기분은 잡쳐 버렸습니다.

과거 60~70년대에는 인구 억제를 못해 ‘둘 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치더니 그래도 안돼, 80년대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날이 갈수 록 점점 줄어드는 인구, 그리고 통계에 따른 몇 년 후의 인구를 따지면서 정부가 들고 일어나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합니다. 무조건 많이 낳으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혜택도 많이 주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애들 많이 낳는 사람들 그리 많지 않습니다. 70년대 초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겪어야만했던 고충들을 우리 국민들이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과거 베이비붐 세대들의 겪었던 고충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조롱 섞인 주변의 시선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서 제2의 베이붐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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