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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성적 35점,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휴대폰의 진동이 오늘 따라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발신자는 ‘그녀’입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저의 아내입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언제나 하루에 한번은 꼭 전화를 하곤 합니다. 용건이 있건 없건 항상 오던 안부전화이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굉음에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빠! 난리났어~’ 저의 아내는 저를 부를 때 항상 아빠입니다. ‘아이~깜짝이야..왜 또?’ ‘35점이 뭐야..35점이~ 진짜로~ 내가 못살아~’ 소리를 계속 지르는 아내를 보니 보통 화가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를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애가 오늘 학교에서 시험 점수를 받았는데, 글쎄 35점을 받았다는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서 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소리치는걸 보니 딸애가 아내 옆에서 단단히 꾸중을 듣고 있나봅니다. 현재상황,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충격은 아내뿐이 아닙니다. 저도 딸애가 35점이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점수는 받아 본적이 없는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점수였기 때문입니다.

통화를 끝내고 잠시, 딸애가 걱정이 됩니다. 다그치는 엄마의 등살에 또 얼마나 수난을 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무 윽박지르지만 말고 좋게 위로해주라’ 말입니다. 아내가 애들에게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는걸 알기에 실망도 클 것입니다. 한번 야단을 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딸애 본인도 가뜩이나 본인의 점수에 속상할 텐데, 야단까지 맞으면 행여 마음에 상처라도 받을 수 도 있겠다 싶어 그게 더 걱정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루했던 근무시간, 퇴근시간이 되자 부랴부랴 집으로 달렸습니다. 현관을 들어서자 오늘도 변함없이 딸애가 가장 먼저 뛰쳐나옵니다. 여느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표정입니다. 늘 하던 데로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가 살아 있고 얼굴에서도 아무런 그늘도 찾을 수 없습니다. 속으로, ‘얘가 35점이란 점수를 받은 애가 맞나?’싶더라구요. 엄마에게 꾸중도 많이 들었을 텐데, 도무지 딸애의 분위기에선 내가 예상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살짝 불러 여쭤봤습니다. ‘쟤가 왜 저렇게 기분이 좋냐’구요. 엄마에게 실컷 꾸중을 듣고는 딸애가 엄마에게 한소리를 했답니다. ‘엄마~ 나는 엄마보다 더 속상하거든! 한번 실수 한 것 가지고 창피하게 왜 그래 도대체~’ 2학년 딸애의 이 한마디에 아내는 어이가 없어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고, 딸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는 오후를 보냈다고 합니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무척 상심하고 있을 것이란 나의 예상을 깨고 평소와 같이 웃고 있는 딸애를 보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집니다. 한편으론 안도 보다는 엄마와 아빠를 머쓱하게 만든 딸애가 대견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35점이란 충격적인 점수를 받아들고 저렇게 훌훌 털어버리고 웃고 있는 딸애, 자존심이 유난히 강하여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자기스스로에게도 화가 날만도 한데 전혀 그런 모습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잠자기 전 책상에 다소곳이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 딸애를 보면서, 오늘 일기에는 뭐라고 쓸지 정말 궁금하였습니다. 꿈나라로 간 딸애의 예쁜 모습을 확인하고는 일기를 슬쩍 들춰봤습니다.

<<‘35점을 맞았다. 기분이 진짜 안 좋았다. 나보다 못 본 사람도, 똑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진짜 실망했다. 내 자신감은 다 사라지고 말았다. 난 내가 이렇게 까지 못 볼 줄은 몰랐다. 엄마도 많이 실망한 것 같았다.’>>

써놓은 일기의 글자 하나하나에 딸애가 얼마나 자신에게 실망했는지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애써 감췄던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속상 할까요.

하지만 아빠인 저는 속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점수를 95점 이상 받아 올 때보다도 더 기분이 좋은 것은 왜일까요. 저는 오늘 어리게만 보아왔던 딸애의 훌쩍 커버린 모습을 보았습니다.

엄마, 아빠보다도 더욱 더 자신이 미웠겠지만 끝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속상해 하는 엄마,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강한 자존심을 억누르는 모습에서 이미 위로의 대상은 딸애가 아니고 우리 부부였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하염없이 작아 보이던 딸애의 체구가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입니다. 기분이 아주 좋은날입니다. 또다시 35점을 받아 온다면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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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yooni97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아이는 초등 6학년인데 방목시켰거든요. 담임선생님이 문자를 보냈네요 학력평가 점수가 미달이라고...... 그래서 부모님이 허락 하시면 방과후에 30분이라도 별도 수업을 시키고 싶다며, 저야 감사하다고 인사는 드렸지만 엄청 속이 쓰리데요. 선생님께 별도 수업 받고 체육관 갔다오며, 학원들려 공부하라고 1주일전에 등록 시켰는데 이번 시험에 점수가 잘나와 진보상인가 뭐,그걸 받는다고 엄청 좋아 하네요.여기 글을 보니 다시 방목 시키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에 전화해야겠어요.

    2009.07.04 10:23
    • 맞아요 공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수정/삭제

      그냥 놀게 하세요,,ㅎㅎㅎ 즐겁게 사는것도 좋습니다,

      2009.07.04 11:59
  3. Favicon of https://odydy311.tistory.com BlogIcon 곰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 봅니다. 제 아들도 사회 44점 맞아서 요즘 제가 아들이라고 안 부르고 44점 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전혀 기가 안 죽어요. 요즘 부모들이 전에 우리 모두세대랑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2009.07.04 12:07 신고
  4. Favicon of http://odydy311.textcube.com/ BlogIcon 야야곰 사냥꾼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 봅니다. 제 아들도 사회 44점 맞아서 요즘 제가 아들이라고 안 부르고 44점 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전혀 기가 안 죽어요. 요즘 부모들이 전에 우리 모두세대랑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2009.07.04 12:09
  5. Favicon of http://exciting.okcashbag.com/event_coupon_issue.aspx?pid=site BlogIcon thezl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좋은 정보 공유하고 싶어 왔어요 ㅎㅎ

    ok캐쉬백에서 무료 쿠폰 줘서 해봤는데
    다른사람과의 관계 알려주기도 하고,
    재밌네요! ㅎㅎ

    한번 해보세요~ ㅋ

    2009.07.04 13:46
  6. ^^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참 자상하시네요...저희 아빠도 그러신데...ㅠㅠ
    역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2009.07.04 14:44
  7. dafafafa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내에게 여쭤보았다구요? ;;;;;;;;;;

    2009.07.04 18:02
    • Favicon of http://. BlogIcon 바보~같은  수정/삭제

      말꼬리 잡기는..바보같은게...
      아내에게 식사하세요~ 하면 안되는법이라도 있냐?
      너한테는 아내가 종이냐?

      2009.07.04 18:44
  8. 이방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 참 기분 좋은 이야기!
    딸내미가 너무 귀엽네요.
    근데 또 35점을 받으면 어떻게 허나?
    또 받을 수도 있지요. 뭐.
    남 이야기라고 막 하고 있나?
    우리 아들내미가 유치원 낙제를 해서 1학년에 못올라 갔어요.
    내가 위로합니다. '괜찮아, 아들아'
    아들이 대꾸합니다. '뭐가 괜찮아, 남들 다 비행기 타고 가는데 못타고 밑에 남아있음 좋냐!'

    2009.07.04 20:34
  9. 투미니맘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2년전 나의 큰 딸이 수학시험에서 40점을 받았읍니다 그때 저 울었읍니다.
    그때가 2학년때인데 어느덧 2년이 흘렀읍니다 3학년때는 공부방에서 조금씩 문제집 풀고 공부 시켰읍니다
    제가 가르치려는 마음을 버렸읍니다
    여전히 그냥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보단 낫습니다
    자상한 공부방 선생님때문에 엄마의 공포의 수학공부시간을 잊어버리고
    제생각엔 시험문제만 계속 푸는 공부방 학습이 아이 실력에 확실한 도움은 안되지만
    엄마가 손 안대니 서로 좋습니다
    아이는 안심
    엄마는 무관심
    그냥 대충 점수 나와서 괴롭지 않을 정도만 되면
    서로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사교육을 옹호 하는 것은 아니고
    40점의 괴로움은 제가 너무 잘 압니다
    한 번은 웃을수 있지만 두번 세번은 절대 웃을 수 없어요
    대충70점 정도는 유지해야 나중에 추억이 되죠

    2009.07.04 22:00
  10. 쿠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35점 맞았다고 부인께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저는 초등학교때 제 이름 석자 겨우 쓰고 들어갔는데요
    우리엄마가 무지 걱정하셨거든요,, 근데 지금은 성적 진짜 좋습니다. 오히려 초등학교 때 괜히 기대걸었다가 중 고등학교때 실망하는 부모님들 많아요... 걱정은 노노노

    2009.07.04 23:01
  11. 산린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 판검사,의사 될수는 없는 일입니다. 재능을 키워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는것이 최선인거
    같습니다,,아울러 요즘 예의가 엉망입니다,,,예의까지 갖췄다면 정말 금상첨화겠죠,,,

    2009.07.04 23:47
  12.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르르 님의 따님은 자기 상태를 인지하는 능력이 월등한 것 같습니다. 이 능력은 단원 형성 평가와 무관하게 평가되어야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 박지성이 수학 점수가 형편없지만 그것이 그의 축구 드리블 능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따님의 자기 인지 능력과 단원형성평가 35점으로 평가해선 안됩니다.


    만약 그러한 따님의 능력을 무시한채 오직 35점이란 점수로 따님의 능력을 평가해버린다면 앞으로 따님의 창의력은 죽어버릴 겁니다. 물론 35점은 어떤 능력의 부족함을 뜻할 겁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이 글에선 분석할만한 데이터가 없기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모르겠고, 교사와 학부모인 파르르 님이 이것을 해야겠죠. 하지만 학부모에게 점수만 통보해주는 교사가 '학습'이란걸 제대로 알고 따님을 보살펴준다는게 의문이긴 합니다....

    2009.07.05 00:45
  13. 고등학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여워요 ㅋㅋ 진짜 공감해요..
    낮은 점수 받으면 제일 속상한건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거 가지고 남이 모라그러면~~ 아주그냥...

    2009.07.05 08:58
  14. 초등교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이즈음 단원평가가 상중하로 나뉠 수 있는데 우리반 아이들도 잘 하는 아이들도 상의 문제를 주면 40점대도 맞는경우 봤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엄청 실망하시곤 하는데 전혀 신경쓰지 마시라구 말씀드립니다. 사실은 2학년의 경시대회 문제 수준이더라구요. 나중에 더 잘 할 수 있을겁니다.^^ 국어는 너무 잘 하는데요. 뭐!.^^

    2009.07.05 10:28
  15.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적이 애기들 다 잡아여`~`
    성적이 뭐길래
    저두 파르르님 마음에 절대 동감입니다.

    담에 가면 멀리 사는 대구 이모가 있는데
    맛있는거 사준다고 해주세요.
    히`~~
    볼수록 귀여워요..
    성품 바르게 자라는것이 저는 더 좋답니다.

    2009.07.06 00:38 신고
  16. 빅뱅럽1004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초등학교때공부를잘한거는아니였어요
    딸이넘귀엽네용ㅎ
    이쁘게자라겠어요
    중학교때도공부되게못했어요
    예체능만잘했어요
    나중에공부잘할거예요

    2009.07.06 09:37
  17. 아들생각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아들도 그무렵에 퇴근하는 저에게 자신있게 이야기 하더군요 아빠 ! 기적이 일어났어요. (나) 무슨기적? (아들)산수 30점 맞았어요. 잠시 멍해진 내가 아내에게 묻자 아내는 기가찬 표정으로 말하길 지난번에 15점 맞았거든요. 이놈 6학년때는 괄호마다 적을 네가지문제에 여,러,가,지 라고 적어 선생님이 다시쓰라고 했다더군요. (그거 커닝한 친구도 있었대요) 지금은 미대재학중 군에 최전방으로 자원입대한 늠름한 군인입니다.

    2009.07.06 11:40
  18. 아즈망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로 격려하고 위로해 주세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도록 말이죠 ~
    국어 산수 100점 맞는 아이로 키우시기 보다
    인격에 100점 매너에 100점 효도에 100점
    남 사랑하는데 100점 우정에 만점 받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안아주시고 격력해주세요~

    넌 35점 맞았지만,
    엄마 아빠가 널 사랑하는 점수는 100점이라는걸
    알게 해주시는 부모님의 점수는 몇점이신지..

    주안에서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로 자라도록
    님의 가정에 주님 함께 하시
    길 기도할게요 ^^

    2009.07.10 11:14
    • 아즈망  수정/삭제

      참, 너무 좋은 아빠세요 ~
      아이를 사랑으로 바라보시는 두분의 모습의 너무 보기 좋습니다.^^ 행복하세요 ~

      2009.07.10 11:18
  19. 요새애들 너무 불쌍합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초등학생때만해도 방목수준이었는데, 요새는 3살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초등학교때 고교전과정을 마스터하는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어린이때는 공부보다는 좀 자유롭게 살아야 할텐데...요즘 아이들 너무 불쌍해요..

    2009.08.14 00:25
  20. 권수현  수정/삭제  댓글쓰기

    빠른92년생 고3 여학생인데, ..... 성적..........괜히 울컥하네요 ㅠ
    진짜 초등학교때는 성적 ....... 그리 중요하지않은 것 같아요 ㅠ
    그래두 전 초등학교때로 돌아가면 수학은 정말 잡아놓고 싶네요
    12년간 수학이 발목.......흠흠.....

    2009.09.06 01:05
  21. Favicon of https://kundohwaji.tistory.com BlogIcon 큰도화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다시 35점을 받아온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에서 웃음이 튀어나왔습니다.

    2009.10.10 22: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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