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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스틱차량 몰고 나갔다가 혼쭐난 아내

by 광제 200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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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변속기 차량을 운전 한다는 게 조금은 눈치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근래에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의아해 하실지 모르지만, 1987년 면허인 필자가 처음 운전을 배우고 운전할 시기에는 자동변속기 차량, 즉, 오토차량을 몰고 다니면, ‘운전을 할줄 몰라서’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웃기지도 않는 편견이었는데요.

지금은 오토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따로 구분이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이런 것조차 없었습니다. 그만큼 오토차량이 귀했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띠는 오토차량들은 대부분 고급승용차들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형차에도 오토를 장착하는 차량들이 많아 졌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 기름이 많이 먹는다, 하여 수동을 고집하던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수동차량만 타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금도 15년 지난 수동차량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남의 차량을 빌려 운전할 때 오토차량을 운전해 보면 수동차량을 운전할 때 없었던 편의를 실감하게 되는데, 그 편리함에 대해서는 수동과 오토차량 모두를 운전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미 운전을 배울 때 오토로 배우신 분들에게 수동운전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운전하기 정말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필자의 아내도 수동차량은 면허를 딸 때 몇 번 운전해 보고는 전혀 운전을 하지 않았던 일명 ‘장롱면허’였습니다.

얼마 전 아내에게 자가용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가끔씩은 남편의 수동차량을 어찌어찌 운전하기도 했지만 수동차량운전을 두려워하던 아내이기에 자기 차 한대 있었으면 했었는데, 큰맘 먹고 한대 구입했습니다. 2001년식 경차입니다. 새 차를 살 형편이 된다면야 그러겠지만 형편이 안 되니 할 수없이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중고차가 고장이 잦다고 걱정을 하지만 중고차 사는 사람이 그 정도는 감안 해야죠.

중고차라 에어콘이 말썽을 부려 카센타에 맡긴 아내, 볼일이 있다며 필자의 차량을 끌고 나간답니다. ‘힘들 건데... 할 수 있겠어?’ 수동차량 운전을 거의 해 본적 없는 아내라 걱정이 앞섰지만 별일 없을 거라는 아내는 자동차 키를 꺼내들고 자신 있게 집을 나섭니다. 집을 나선지 얼마 후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다급한 목소리입니다.

‘언덕을 오를 수가 없어~ 나 어떡해?’

‘무슨 소리야? 언덕을 오를 수가 없다니’

이미 목소리에는 현장의 긴박함이 감지되고 아내는 이 일을 어쩌면 좋냐 고 울상입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언덕을 오르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어 잠시 멈췄는데, 출발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수차례 시동이 꺼지고 뒤에서 오던 차량들이 빵빵대고 난리가 아니라는데, 안보고도 현장의 상황이 짐작이 됩니다.

후딱 달려가 도와줄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아내를 진정시키고는 비상깜빡이 켜고 뒷 차량 오는지 확인하면서 언덕 아래로 서서히 후진 한 뒤 다시 오르라고 설명을 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설명해준 데로 언덕을 무사히 올라, 긴박한 상황은 종료 되었지만 아내가 귀가하여 진땀을 뺐던 당시의 뒷얘기를 들으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대충 대 여섯개의 차량이 뒤에서 빵빵거리며 스쳐 가면서도 누구 하나 도와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리에는 힘이 다 빠지고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는데, 도와줄 생각은 않고 힐끗 힐끗 쳐다보면서 지나치는 운전자들이 얼마나 야속하던지 아내는 아주 울분을 터트립니다.

어떤 이는 옆에다 차를 대고는 ‘아줌마! 스틱 운전 안 해봤어요?’ 라고 소리치면서 쓩~, 당시 상황을 현실감 있게 설명 하면서 두 번 다시는 수동차는 운전 하지 않겠답니다. 요즘은 수동차량이 많지 않아 이런 광경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정말 자주 보였던 광경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이런 광경 목격하신다면 바쁘시더라도 한번 도와주는 미덕을 보여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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