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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초등생 아들이 말하는 사기꾼이란?

by 광제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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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들이 말하는 사기꾼이란?


애들이 자라면서 걱정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제 초등생인 아들과 딸, 유교사상이긴 하지만 ‘남녀는 일곱 살이 되면 한 자리에 앉아서도 안된다.’ 는 말이 있듯이 언제고 방을 나눠 줘야지 하면서도 쉽게 해주지 못했던 자녀들의 방. 유아 때부터 같이 써 왔고 지금 11살, 9살이니 꽤 오랫동안 같이 지내왔습니다.


애들이 커가면서 방을 나눠주려니 애들도 나름대로 원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침대입니다. 몇 년 전부터 침대를 사달라고 졸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나씩 사줄 참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같이 침대를 고르려고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로 하였습니다. 오전부터 나선 우리는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맘에 드는 것을 고르기란 참 힘든 것 이었습니다. 제품이 맘에 들면 가격이 비싸고, 싼걸 사자니, 제품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두개를 한번에 사려니 가격부담도 한몫 단단히 하더군요.


그래도 자녀들에게 처음 사주는 침대인데, 비용부담은 조금 감수하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에 국내에서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A침대 매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침대의 용도를 말하고, 이제품 저제품,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 매장의 주인, 그러던 중 매장의 주인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매장주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침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트리스인데, 우리회사의 매트리스는 사람이 한번 누웠다 하면 절대로 잠결에 몸부림을 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사용을 해도 굴러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더욱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갓난 애기를 눕히는 매트리스입니다. 물론 갓난 애기도 밑으로 떨어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라는 내용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매장주인의 이같은 설명에 우리부부는 속삭이며 '과연 메이커 침대라 뭔가 틀려도 틀리구나. 이걸로 사자.'라고 의견을 통일하고 구매계약서에 사인을 하였습니다.


약속된 며칠은 흘러 드디어 침대가 도착하고 직원의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는 배달직원들이 돌아가고 이제부터 아빠의 장황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얘들아~ 이침대로 말할 것 같으면 말야! 어떠한 경우에도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거다. 니네 둘다 잠버릇이 알아주지만, 이 침대는 편안한 잠을 잘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절대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게다.'


'우와~아빠! 디게 좋은 침대네? 우리아빠 최고다!'


'그래 이게 바로 인체공학이라는거다. 안심하고 자도 된다.'


이정도 되면 애들보다 아빠인 저의 기분이 업(UP)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침대보를 씌우고 이부자리를 정리하느라 잠깐의 부산을 떨고는 이제 밤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두 녀석들, 수년간을 같은 방에서 잠을 잤는데, 처음으로 따로 떨어져 자야하고, 또한 처음으로 침대라는 것에서 잠을 자야한다고 생각하니 애들이 많이 들떠 있는 표정입니다. 그런 애들의 모습을 보니 아빠인 저의 마음도 흐뭇합니다. 몇 시간 후에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하고 말입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어느 날의 한밤중인 새벽2시30분. 잠결에 들리는 아들의 울부짖음. 아빠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소리에 꿈인가 생시인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비몽사몽 상태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분명 꿈은 아니었고 생시에서 아들이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무슨 일이 났겠다 싶어 아들의 방으로 달려가 보니 침대위에 있어야할 아들 녀석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에 놓여 있었던 침대는 이미 자리를 이동하여 벽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침대와 벽 사이에서 아들 녀석이 꼼짝 달싹 못하고 끼어 있었습니다.


침대를 조금 움직이고 나서 밑에 떨어진 아들을 일으켜 보니, 팔을 감싸 안고 아프다고 난리입니다.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바닥에 팔이 부딪힌 모양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의 팔을 잠시 주물러 줬더니 금새 괜찮아 졌고, 이미 잠은 완전히 깨어 버린 우리 부부와 아들, 그리곤 다시 잠을 청하려는 아빠에게 아들이 한소리를 합니다.


'아빠! 아빠 사기 당했어!'


'엥? 아빠가 왜 사기를 당해?'
 

'이 침대 당장 물러야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침대라며?'
 

'....;;'

'웅! 그러자 아침에 전화해서 물르자.' 하고는 잠을 재웠습니다.

간밤의 일은 희미한 기억으로 변해 버린 아침시간, 아들 녀석은 침대매장에 전화를 하라고 하는데, 어떻데 이런 일 갖고 전화를 한단 말입니까? 전화를 해 봐야 몸부림 심한 내 아들 탓만 할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원망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 버린 나는 어느덧 아들의 눈에 장사꾼의 사기에 속아 침대를 산 아빠가 되어 며칠간 고초(?)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들의 눈에 비친 사기당한 침대, 저는 정말로 떨어지지 않는 침대인줄 알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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