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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한라산

이른 아침에 만나는 환상 설원의 한라산

by 광제 2010.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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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만나는 환상 설원의 한라산

정말 오랜만에 헤드랜턴을 꺼내들었습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웅장한 백록담 화구를 스쳐 솟아나는 황홀한 태양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밤에 일기예보를 보니 '구름 많음', 장담할 수 없는 일기예보이기 하지만,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라는 예보를 접한다 해도 한라산의 날씨는 워낙에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악천후를 만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일기예보는 무시하기로 하고 구름이 많아도 좋으니 하늘이 열려 일출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5시 30분에 기상을 하여 자동차에 월동장비를 갖추고 어리목으로 향했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윗세오름 부근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기에 서둘러야만 합니다. 하지만 새벽녘의 도로사정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살얼음이 살짝 덮혀 있어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어리목에 도착하여 간단한 준비를 마치니 6시40분 얼마전 위용을 떨치던 한파는 한풀 꺾인 상태였기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포근한 날씨,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윗세산장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라산의 날씨는 올라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합니다. 물론 활짝 게인 날이라면 모를까, 특히 새벽녘의 날씨는 더더욱 오른 후에 판단을 해야 합니다. 어둠이 깔린 등반로를 랜턴으로 비추며 올라 사제비 동산에 거의 다다라서야 날이 밝아 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의 한라산, 일기예보에는 '구름 많음' 이라 했는데, 수평선 부근을 제외하곤 머리 위 하늘 어디에도 구름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이 맑은 날이었습니다.

불과 몇 일전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던 한라산이라 기대했던 데로 눈이 만들어 내는 겨울 한라산의 비경은 한마디로 환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은빛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아침의 따스한 햇살에 비추어 영롱한 빛을 내는 설원은 과연 이세상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매번 오를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지만 접할수록 새로운 게 여기 이곳, 천상, 하늘에서 느끼는 감동입니다.
 

해가 솟아오르기 직전의 모습이 일품입니다. 주봉과 윗세오름 사이로 솟아오르는 빛이 힘차 보입니다.


지금은 쉼터로만 쓰여 지는 옛 윗세산장의 모습입니다. 시설 면에서는 지금의 휴게소가 훨씬 좋아 보이지만, 옛 것이 더 운치 있고 정겨워 보이기는 합니다.

윗세산장이 아직은 주봉의 그늘에 가려져 있고, 아침햇살은 셋윗세오름 능선을 비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란하늘의 설원은 늘상 겪는 일이지만, 시원하기 보다는 숨이 탁 막힙니다. 기다란 호흡이 이어져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건데, 이런 절경에는 조그맣게 내뿜는 숨소리조차도 잡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숨을 멈추고 한동안 넋을 놓고 있노라면 어쩌면 숨이 막히는 게 당연할지 모릅니다.

윗세오름을 향하여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역광을 받아, 얼핏 보기에 모래사막을 헤치고 걸어가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설마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눈 거적을 뒤짚어 쓴 나무들의 모습이 대하 전쟁 사극에서의 병사들이 나열한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1진, 2진, 나뉘어서 진을 치고 있는 형상입니다.



멀리 산방산의 위용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희미하지만 모슬포 앞바다의 가파도와 마라도까지도 눈에 들어오는 아주 맑은 날씨입니다.

제주시내의 모습, 제주부두의 길게 늘어진 방파제와 그 동쪽으로 사라봉과 별도봉의 모습도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오르는 이, 내려가는 이, 스치며 지나치는 등반객들이 모습입니다.

북극곰 가족이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는 듯합니다. 어미 곰 주변으로 새끼 곰들이 몰려있는 형상입니다.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오름이 노꼬메오름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협재해수욕장 앞에 있는 비양도입니다.




설원의 비경을 만끽하러 끊임없이 이어져 힘차게 오르는 등반객들과 아침햇살을 받은 눈송이들은 오랜 시간 나뭇가지위에 머무르다 무게를 못 이겨 등반객들의 어깨위로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가지위의 눈송이들은 이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합니다. 작품성이 없어도 좋고, 손과 눈이 가는 데로 아무데나 셔터만 누르면 그 상태로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한라산과 제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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