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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집나간 아내, 3분만에 모시고온 웃긴 사연

by 광제 2010.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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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 아내, 3분만에 모시고온 웃긴 사연

-부부싸움은 여자가 고단수?-

부부싸움 자주 하시나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절대로 부부싸움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해보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죠. 때로는 가끔 싸우기도 하면서 살아야 서로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고 사는 맛도 있지 않겠냐 하지만 이제 12년차인 저의 짧은 경험으로는 될 수 있으면 싸우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 물론 조그마한 다툼 정도는 어쩔 수 없다지만 비교적 큰 싸움 뒤에 오는 상실감이나 후유증은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고 12년 동안 솔직히 말해 지독할 정도로 큰 싸움을 한 적이 딱 두 번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두 번째 싸움은 그동안 쌓여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간신히 넘겼다 치지만 문제가 됐던 큰 싸움은 신혼 초에 있었던 싸움입니다. 원인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나름 기선을 제압하자고 큰소리치다가 결국 무릎을 꿇었던 웃지 못 할 사연입니다.

혼인신고서의 잉크도 채 마르기전인 신혼 초. 지금 초등 5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99년 11월에 낳고는 녀석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이듬해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별일도 아닌 일로 티격티격 다투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이 크게 번질 줄은 몰랐었습니다. 다만 싸우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이 기회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 기선을 제압해 놔야지>> 하는 궁리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목소리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커져만 가고, 아내 또한 나하고 같은 꿍꿍이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혀 꿀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갓 6개월 정도 된 아들 녀석은 동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얘들이 왜 이럴까>> 하는 눈빛을 하고 있고 아내와 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불꽃 튀는 싸움은 계속되었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급기야는 아내가 벌떡 일어서더니 가방과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행동은 필히 집을 나가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왜! 어디가려고~~!!"


"도저히 못살겠다....나갈란다~!"


싸움 끝에 나간다는 여자, 잡으면 그때부터 쥐어 산다는 인생선배들의 조언이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그래?? 가라~! 내가 잡을 줄 아냐."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는 조그마한 옷가방 하나만을 들고는 현관문을 박차고 집을 나섭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입니다.
 

<팔자 늘어진 당시 6개월된 아들녀석>

그런데 그거아세요? 정말이지 이때부터 머릿속이 온톤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같으면 안 그랬을 거 같은데, 당시에는 무슨 걱정이 그리 많았는지 아내가 현관문을 나서 발자국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앞으로 혼자서 겪어야할 일들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영사기처럼 아주 빠르게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들 녀석, 아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웃기만 하고 있는데, 이제 내일 당장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짧은 순간 도무지 답이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회사야 당장 급한 일을 핑계로 하루정도는 결근을 한다 치더라도 신혼에 홀아비 처지가 되어 애 목욕시키랴, 우유타먹이랴, 기저귀 갈랴, 이건 뭐 아주 지옥이 따로 없는 겁니다. 아내가 없는 상황에서의 앞으로 일들이 아주 빠르게 스쳐간 시간은 겨우 3분여. 순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니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발 멀리만 가지 말아다오.>>를 외치며 자동차 키를 들고 뛰쳐나갔던 것입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이 한곳이었기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큰길가로 나서니 저만치 걸어가는 아내가 눈에 보입니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아내. 자동차가 옆으로 다가가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창문을 열고 소리쳤습니다.

"타라~!"


찬바람만 쌩~~~~


"타라~!"
두 번을 소리쳐야 힐끗 쳐다보며

"내가 왜 타는데?"

"일단 타봐 할 얘기가 있어.."


정말 셀 수도 없이 애걸복걸 사정한 끝에 차에 태운 아내. 일단은 집에 가서 얘기를 마저 끝내고 가든지 말든지 하라고는 일단 데리고 들어오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그다음이 문젭니다. 계속하여 '뭔 일 있냐.'는 식으로 먼 하늘만 쳐다보는 아내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아들 녀석의 눈빛에서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내가 잘못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통사정을 한끝에야 가방을 던져놓는 아내. 기선을 제압하려다가 오히려 철저하게 당했던 신혼 초에 있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신혼초기에 기선제압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종종 하곤 하였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쥐어 산다든지, 반대로 아내위에 군림한다든지가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기본적인 위계만 갖추고 있다면 그저 둥글둥글 굴러가며 사는 게 제일인 듯싶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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