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아주 많이 찾는다는 시내의 어느 골목입니다. 이른 아침 일본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일본어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면서 시선을 두고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술에 취한 채 노상에서 잠을 자고 있는 취객이 모습이 보입니다. 간밤에 어지간히 드신 모양입니다.

월드컵 시즌이라 밤새 축구중계를 보면서 음주를 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도로 위, 그것도 인도가 아닌 차도위에서 잠들어 있는 광경이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볼썽사나운 광경을 뒤로하고 한참을 가다가 생각해 보니, 저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이미 날이 밝은지는 한참이 지났고, 곧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뉘 집 가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저런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쾌할 리는 없습니다.

더욱이 잠들어 있는 방향이 차도 쪽입니다. 행여 지나가는 차량에 치이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괜한 일에 오지랖 넓다는 소릴 여러 번 들어왔던 차에 신경 끄고 그냥 가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갈수가 없습니다. 깨워서 집으로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서 취객의 앞으로 다가가보니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니, 아직도 덜 드신 모양입니다. 손에는 술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종이컵까지 들려있는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어깨를 흔들어 깨워봤습니다.

"아저씨! 일어나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괜히 참견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조금은 낯 뜨겁긴 해도 이왕 시작한일 끝을 봐야했습니다. 몇 번을 신음소리만 반복을 하더니, 드디어 깨는듯했습니다.

"아저씨~! 집에 가서 주무셔야죠..찻길이라 위험합니다.."

"으~~응~~! 추~~~워~~~"

인사불성에 오로지 춥다는 소리만을 반복합니다. 112에 신고를 해야 하나? 어떡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몇 번을 더 깨워봐야겠다 싶어, 어깨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퍽! 하니 발길질이 날라듭니다. 취객이 내지른 발길에 정강이를 맞은 것입니다.

"왜 깨우고 지랄이야~~~!!"

이런...얼떨결에 차인 정강이, 취객이다 보니 그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누워있던 취객이 벌떡 일어섭니다. 몸은 잘 가누지를 못했지만, 어렵게 정신을 차리는 듯 보입니다. 그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곧잘 걸어갑니다. 저 사람이 조금 전, 그 취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정신을 차릴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길바닥에 자고 있었다? 아니면 이미 술에 깨일 정도로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벌떡 일어나 귀가를 할 것이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바닥에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술만 한 벗이 없다는 소리를 간혹 듣곤 하지만 이런 황당한 광경 볼 때마다 벗이 아니고 웬수인 듯싶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고...적당히 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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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nhicblog.tistory.com BlogIcon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정강이보다 충격이 더 심했을 것 같네요.
    너무 어이없었겠어요.
    아파트 이웃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모든 관계가 법처럼 글로 적혀 있어야 되어간다는 생각이 무섭네요

    2010.07.01 15:18 신고
  3. Favicon of https://slds2.tistory.com BlogIcon ★입질의 추억★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 욕보셨습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ㅠㅠ

    2010.07.01 16:28 신고
  4. Favicon of https://shipbest.tistory.com BlogIcon @파란연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강이는 괜찮으신가요? 에구구... 세상엔 참으로 별별 사람들이 많은것 같네요....
    다음부턴.. 취객이 있으면 깨우려 하지 말고 바로 112에 신고하세요.... 그게 젤 나은 방법인듯....

    2010.07.01 16:36 신고
  5. 오호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이 하수상하여~ 저런 경우 깨우실때도 주변에 누가 있는게 낫고, 손은 대지 마세요.
    소리로만 깨우세요. 뭐 지갑이 없어졌네 어쩌네 등 봉변 당할수도 있습니다.
    좋은 일 하셨네요. 저는 왠만하면 소리 몇번 질러서 안일어나시면 112신고합니다.
    제일 나아요. 후폭풍도 없고, 대신에 경찰 올때까지 좀 걸리죠. 바쁠땐 신고만 하고 갈때도 있고요.

    2010.07.01 17:35
  6. Favicon of http://sage2546.tistory.com BlogIcon 세민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파르르님도 마음 씀씀이가 대단하십니다..ㅎㅎ
    완전 좋은일 하고도 욕먹은 꼴이네요..

    2010.07.01 17:43 신고
  7. 쪽팔려서 못 일어나고 있다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회를 잡아서 도망갔네요 ㅋㅋㅋㅋ

    2010.07.01 17:52
  8. 카이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찰에 신고하거나 죽지 않을거 같으면 그냥 관심 끄는게 좋아요
    지갑잃어버리고 어쩌고 하면 정말 뒷감당하기 골치 아파요

    도와줄려다 경찰조사받는일 생겨요
    그리고 경찰 저런일 신고하면 무지 귀찮아해요

    조금 다른일이지만 예전에 치매끼 있어보이는 할머니가 거리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계시길래
    파출소 데려다 드렸더니 경찰들 무지 귀찮아 하더만요
    할머니 한분 데려왔을뿐인데 나한테 묻는건 또 왜그리 많은지
    나중엔 기다리라길래 뻘쭘하게 30분이상 서있으려니 됐다고 가라고 하더만요

    그뒤론 경찰하고 별로 연관되고 싶지 않아요

    2010.07.01 17:52
    • roQnf  수정/삭제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게 안타까울뿐입니다..

      2010.07.01 19:13
  9. 괴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여 품에 흉기라도 있는데, 술김에 확 찔러버린다거나 하면 진짜 큰일납니다. 반드시 112 혹은 119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2010.07.01 18:46
  10. roQnf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갑 어디갔냐고 그러지않던가요??ㅋ

    2010.07.01 19:12
  11. 몽상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 119구급대원입니다. 취객 깨우는걸 라면먹는 횟수와 비슷하게 하는 직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엥간하면 취객이랑은 상종치 않는게 좋습니다. 엄동설한에 취객방치해서 죽게 만든 역무원 기사가 떴더군요. 쩝.. 그 사람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게 슬픕니다. 진짜 저런 사람들때문에 죽겠습니다. 저런 사람들 뒤치닥거리하려고 많은 시간 배워서 구급대원이 된건 아닌데 말이죠....ㅠㅠ

    2010.07.01 19:45
  12.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들 읽어보니..
    좋은일도 맘놓고 못하는 세상이 참..서글픕니다..

    하여간..조심하셔야겠어요..

    2010.07.01 20:13 신고
  13. 블로그에글쓰려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인공추억 하나 만드신 주인장 ㅋㅋ
    블로그 올리려고 깨우기전에 미리 사진찍어놓은거보게 얼마나 웃긴지 ㅋㅋ

    2010.07.01 21:01
  14. Favicon of https://boskim.tistory.com BlogIcon 털보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에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데.......
    술취한 사람 깨우면, 술병 내놓으라고 하지 않던가요?

    2010.07.01 21:55 신고
  15. 그 아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인이 정강이 차고...아마 깜짝놀랐을 겁니다!~~ㅎㅎ
    분명 잘못된일인걸 아니까요~~~ 순간적으로 부끄러움이 밀려와서 벌떡일어나서 가셨겠죠~

    2010.07.01 22:02
  16. p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지든가 말든가 냅둬야 해..
    정 그러면 경찰한테 신고하든지..
    세상에 워낙 이상한 놈들이 많으니..

    2010.07.01 23:28
  17. ㄹㄹ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사람들은 저렇게 있다 차에 한번치여서 병실신세한번 져봐야 정신차릴듯

    2010.07.02 01:06
  18. Favicon of http://iitomonippon.com/448 BlogIcon マッコリ  수정/삭제  댓글쓰기

    マッコリとは、韓国の大衆向け醸造酒の一つ。日本のどぶろくに相当する。仮名表記では、マッカリ、マッコルリとも書くマッコリには強い甘味がある。これは麹により糖化された米の甘味である。微かな酸味と炭酸発泡の味がする。醗酵の進み過ぎたマッコリは酸味と炭酸が強烈になる。アルコール度数は6~8%(ビール程度)である。

    2010.07.02 11:09
  19. Favicon of https://www.100mirror.com BlogIcon 백미러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에서도 댓글을 다네요?^ ㅎ 대단!^

    2010.07.02 11:18 신고
  20. Favicon of https://afplay.kr BlogIcon 공군 공감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파르르 님은 또 같은 경우가 오더라도 깨우실 것 같은데요?^^

    2010.07.02 12:48 신고
  21. Favicon of https://www.kkolzzi.com BlogIcon 꼴찌PD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술 좋아하지만, 전 다행히 아무리 취해도 귀소본능은 아직까지 철저하다는... 괜히 선의를 베풀려다 봉변당하셨네요.ㅠ.ㅠ

    2010.07.05 1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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