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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여름 가기 전 꼭 가봐야 할, 세계최고의 비자림

by 광제 201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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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피해 혼자 걷고픈 호젓한 숲, 비자림


-모든 나무에 명찰을 붙여 관리하는 독특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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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분 좋게 거닐어 보고픈 숲길이 있습니다. 수백 년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무성한 수풀들과 넝쿨들, 풀벌레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만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햇살조차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이 빽빽이 들어선 밀림, 풀 삭이는 냄새만이 배어나는 호젓한 숲길, 바로 비자림입니다.

길을 걷는다는 말이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는 글귀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습니다. 2009년 히트상품 제주올레 등 전국적으로 도보트래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투적으로 무섭게 발길을 내딛는 사람들, 아침저녁으로 '누가 뺏어갈까' 내기하듯 빠른 속도로 빛을 가르며 달려가는 사람들, 이런 걷기 열풍이 우리가 늘 얘기해오던 '산책'이란 단어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휴식를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 부담 없이 천천히 걷는 일을 산책이라고 합니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거추장스러운 준비물도 필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며 온갖 상념을 잊게 해줄 수 있는 산책길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거기에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여름 오후의 무더위, 이마저도 잊게 해준다면 금상첨화일겁니다.


짧게는 500년에서 많게는 800년을 넘어 천년까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집단 비자나무 서식지인 천연기념물 비자림입니다. 이곳 비자림에 서식하고 있는 비자나무의 숫자만도 무려 1만 그루에 이릅니다.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면적은 448,165㎡에 이르고, 비자나무의 높이는 7~14m 직경은 50~110cm에 이릅니다. 5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2878그루의 나무는 각기 명찰을 붙여 특별 관리합니다.  

비자림에 대해 대략적인 소개만 보더라도 정글 숲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숲이 대한민국, 그것도 제주도라는 곳에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하늘을 찌를 듯 한 삼나무들 사이로 이어진 도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되었던 아름다운 도로인 '비자림로'라는 명칭이 이곳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비자림은 바로 이 도로의 시작점인 제주시 평대리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정글 숲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거진 밀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로, 매서운 겨울에는 따듯한 안식처로 그만입니다. 얼핏 천연동굴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자림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긴 한숨을 들여 마시면 가슴으로 파고드는 진한 비자향이 다른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함입니다.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원료로 많이 쓰입니다. 예로부터 비자림을 접할 수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은 비자열매를 잘 손질하여 바짝 말린 후 보관을 하였다가 간식으로 조금씩 꺼내 먹기도 하였습니다. 잘 말리지 않으면 씁쓰름한 맛이 납니다. 손질을 잘하고 잘 말리면 비자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안에 가득할 정도로 아주 맛이 있는데, 몸속에 해충이 죽이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처를 입거나 썩어 들어가는 오래된 나무에 외과수술을 한 모습입니다. 나무속에 살균·방부 처리를 끝낸 뒤 우레탄을 넣고 코르크 재질의 인공 수피로 나무의 겉을 처리하는 공법의 수술방법인데, 얼핏 보기에는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콜크분말, 접착제, 살충제, 방부제, 수지를 알맞은 비율로 혼합처리 한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기간을 정하여 수술 작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이 자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회복과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 자연건강 휴양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는 자태가 아름다운  기생화산인 다랑쉬 오름, 이재수의 난 촬영지인 아부오름, 용눈이 오름 등이 있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자나무 정글 숲의 모든 산책길은 제주 화산석인 자연산 송이로 깔려있습니다. 송이는 현무암의 종류로 천연 세라늄으로 항균작용 등 인체에 상당히 좋은 물질을 내뿜는다고 합니다. 제주의 송이는 화학적, 물리적으로 세계적인 진귀한 물질로 제주도에서는 특별법으로 보존되고 있는 보물이기도합니다. 청량한 비자나무에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향을 맡으며 걷는 자연송이의 산책길, 환상적인 조합입니다.



산감정(山監亭)약수터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에 이곳 비자림을 지키던 산감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물을 마시던 약수터가 있던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이렇게 수도를 설치하여 비자림 탐방객의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약수가 흘러나오는 꼭지의 형태가 남녀의 그것을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정확히 821년 된, 비자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의 나무입니다.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에서 풍겨져 나오는 위압감에 주눅이 들 정도입니다. 10년 전, 밀레니엄을을 기념하여 새천년비자나무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려명종20년(1189년)에 태어났으며 키가 무려 14m, 둘레가 6m에 이릅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1만여 그루의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굵고 웅장한 터줏대감입니다.   

TIP: 바다를 싫어하는 피서객들이 여름에 많이 찾는 곳입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횡단도로인 5.16도로를 타고 가다가 1112번 도로인 비자림로로 접어든 후 삼나무숲길을 감상하며 교래리와 송달리를 거쳐 접근하셔도 되고,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일주도로를 타고 약 40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평대초등학교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약5분만 이동하면 비자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탐방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이 1,500원, 학생은 800원입니다. 1.2km의 비교적 짧은 산책로, 천천히 걷는 것이 좋습니다. 느리게 걸어 30~40분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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