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만 가는 아내의 아주 특별한 휴가


맛있게 밥을 먹은 후 그릇들을 싱크대에 아주 조심스럽게(?) 집어넣고는 조용히 소파에 몸을 기댑니다. 나의시선이 아직 밥그릇에 집중되고 있고 고개를 숙인 상태이긴 하지만 눈치는 9단,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오늘도 설거지는 내담당인가봅니다.

이 여편네는 밥 먹을 땐 누구 못지않게 잘 먹다가도 설거지 시간만 다가오면 아주 죽는시늉을 한답니다. 자연스레 설거지의 임무가 나에게 넘어 온지도 벌써 2주째입니다. 이러다 아주 영원히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전신마취를 하고 복부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지난 2일에 했으니 정확하게는 12일이 지났습니다. 애들이 방학을 했지만 당연히 뒷바라지는 내담당. 그때부터 시작된 집안 살림입니다.

수술을 아주 잘 마친 후, 방귀가 나오지 않으면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3일째가 되던 날부터 음식물을 조금씩 섭취하더니 병원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건재(?)를 과시했던 아내입니다.

전국의 최고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으며 올 여름 들어 가장 뜨거운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많은 사람들이 가마솥에서 허우적댈 때, 아내는 섭씨 26도 안팎의 병원에서 피서 아닌 피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으리으리한 건물인 제주대학교 병원. 깔끔한 병실에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마다 호텔에 휴양을 하는 것 같다는 인사치레를 들었던 것도 수차례. 급기야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 팀까지 병실 문밖까지 접근하여 녹화를 하며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으니 가히 환상적인(?) 병원에서의 1주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생각해도 수술부위가 아물려면 2주는 지나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 외로 튼튼한 체력(?)을 과시하는 아내가 여간 대견한 게 아니었습니다. 눈물겹도록 고맙기까지 했었지요. 무더위와 싸우며 불가피하게 집안 살림을 해야 했던 나에게는 더욱더 그랬습니다. 퇴원날짜가 다가올수록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일요일은 퇴원수속이 안 되는 줄 알았더니 이제는 되더군요)에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병원에서 봐왔던 나의 아내, 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사이에 병이 악화된 건가???

"아고~ 나죽네..." 하면서 툭하면 소파에 드러눕고, 앞베란다, 뒷베란다로 불려 다니면서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라..꺼내라...널어라..반찬 만들 기운이 없으니 냉우동이나 시켜먹자..등등 결국 싱크대에 쌓아놓은 빈 그릇도 며칠째 제가 치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더더욱 신기한 것은 아내의 몸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네요..이일을 우짜지요? 이러다 설거지 중독되면 곤란한데....ㅎ

이렇게 예전보다는 조금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애교로 봐줘야 할 것 같습니다. 3시간에 걸친 수술과 그에 따른 고통을 참고 견디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가족들 곁으로 와줬으니 그 무엇 보다고 고맙기만 하니 말입니다. 지금 나의 아내는 아주 특별한 외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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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daum.net/hunymam2 BlogIcon 시골아낙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정말로 특별한 외출 특별한 휴가중이시네요^^
    아내분 그동안 파르르님과 아이들 위해서 고생했을테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쁘게 봐주셔야 할것 같네요~
    설겆이도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중독되어서 괜찮아 질겁니다..ㅎ

    오늘 하루도 힘내서 화이팅 하시길요~파르르님^^*

    2010.08.13 10:36
  3. Favicon of https://yings17.tistory.com BlogIcon 설보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일부러 그러는것이 아니기에 열심히 도와 주셔야되요~
    몸이 안좋은 사람은 더 죽겠죠..잘 하시리라 믿어요 더운 여름에 수고 하시네요~

    2010.08.13 10:44 신고
  4. Favicon of https://catchrod.tistory.com BlogIcon 니자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족이란 누군가 힘들때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주는 사람이라죠. 수술후 건강하신 게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잘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2010.08.13 10:48 신고
  5. Favicon of https://semiye.com BlogIcon 세미예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설거지를 해봐야 주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이으리라 믿어요.
    잘보고 갑니다.

    2010.08.13 11:34 신고
  6. Favicon of https://gimpoman.tistory.com BlogIcon 지후니74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건강을 찾으셨다니 이런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

    2010.08.13 12:43 신고
  7.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이시네요~^^
    파르르님 좀 더 하셔야할것 같습니다~ㅎㅎ

    2010.08.13 12:48 신고
  8. Favicon of https://shlim1219.tistory.com BlogIcon ★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하신대로 이전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교로 봐 주세요~^^
    열심히 포스팅하랴,집안일 하랴....동분서주하시는 파르르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조금만 더 힘내시구요,앞으로 사모님이 더욱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2010.08.13 13:06 신고
  9. Favicon of http://nhicblog.tistory.com BlogIcon 건강천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강해지는 소리로 들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더 맛난 음식으로 사랑받으 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인분도 얼른 완쾌하셔서 건강한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파이팅!

    2010.08.13 13:10
  10. Favicon of http://www.saygj.com/ BlogIcon 빛이 드는 창  수정/삭제  댓글쓰기

    퇴원후에 건강하시다니 감사해야죠..
    "왜 내가..." 이러면 지는 겁니다.^^

    2010.08.13 13:56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moontour BlogIcon 실버스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특별한 외출을 하고 계시군요. ㅋㅋ
    엄살도 부릴만 하시니 부리는 것일테고...
    이왕 하시는거 시키지 않는 일도 척~척 해내시길... ㅋㅋ

    2010.08.13 14:25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design11111 BlogIcon Yu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겆이는 물론, 사모님께 수술후 보양요리도 해드려야 할것 같아요~

    2010.08.13 14:35
  13.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별한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회복후엔 더 잘해드려야겟어요^^

    2010.08.13 15:00 신고
  14. Favicon of http://blog.daum.net/2losaria BlogIcon 굄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령 죽는 날까지 설거지를 한다 한들~~
    아내가 무사히 귀환하였으니...
    행복한 마음이시겠네요, 그님께서요.
    널어라, 꺼내라, 넣어라..
    ㅎㅎ

    2010.08.13 15:16
  15. Favicon of http://bada92.tistory.com BlogIcon 무릉도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큰 일을 겪으셨는데 수술이 잘 되었다니 참 다행입니다...
    글 속에 아내를 사랑하는 파르르님의 마음이 잘 엿보이는군요...
    빨리 완치되시길 바라고 가족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2010.08.13 16:18
  16. 공시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남편이시네요~
    설거지 해주는 남자가 제 이상형인데,, 아내분이 부럽습니다^^

    2010.08.13 16:27
  17. Favicon of https://skagns.tistory.com BlogIcon skagns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술이 잘 되었다니 다행인데 얼른 쾌차하셔야 할텐데 말이에요.
    파르르님은 정말 좋은 남편인거 같습니다. ^^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2010.08.13 17:08 신고
  18. 아궁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내분께서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작은 투덜거림에 아내에 대한 사랑도 묻어있어 보기 좋습니다. 2번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해본 저로써는 아내분이 좀더 쉴수있도록 파르르님이 고생 좀 해주셧음 합니다 ㅎㅎ 사람이 몸에 칼을 대고나니 정상일때완 많이 다르더군요. 날씨에 따라 수술부위나 근처부근에 칼로 자르는 통증이 오기도하고 특히나 복부수술을 하고나면 더욱 힘들거든요. 장들을 건들였기 때문이라고 공기중에 내장기관이 노출되면 안되는건데 노출이 되어서 잘못되면 괴사할수도 있다고 하드라구요. 실제 전 2번의 수술 이후 복통이 잦고 설사를 많이 합니다. 어쩔수없는것이라 하더군요 ^^;; 그러니 아내분을 위해 조금더 희생해주세요 ㅎㅎ 힘내시구요~

    2010.08.13 19:45
  19. Favicon of http://ch76.co.kr BlogIcon 키다리아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술이 아주 잘되었다니 천만 다행이에요~~
    이런 노동은 파르르님이 쬐끔 이해를 해주셔야 할거 같은데요?? *^^*

    2010.08.14 08:27
  20.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서빨리 회복할수있도록 빌어드립니다..

    2010.08.14 22:42
  21. 설거지하는 남자의 뒷모습,,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설거지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그리 사랑스럽고 섹시해 보이데요..
    뒤에서 그냥 안아주고싶어ㅎㅎㅎ 더불어 장보러 나온 남자도요.
    얼마 전 마트에서 어떤 남자가 사과향을 맡고 장바구니에 사과를 담는데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ㅎㅎㅎㅎ
    폭풍후진주차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멋지더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


    아내분을 위해 설거지하시는 파르르님 멋지십니다!!!^^b
    남자들은 이벤트나 가전제품 수리 같은 한 번에 빵! 큰 것으로 모든 점수를 얻으려 하는데 여자들은 매일매일 소소한 정성에 더 큰 감동을 얻거든요.
    아내분께서 말은 안하셔도 무척 듬직하고 자랑스러워 하실거예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저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편찮으셨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부모님께서 분가하시기 전이었는데 어머니 수술 후 병원에 얼마 있지도 못하고 퇴원하시고 집에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신데 할머니께서 '아가 밥차려라'하셔서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밥차리고 어머닌 밥드실
    기운도 없어서 다시 방에 누워있다가 '아가 밥치워라'하시면 다시 나가서 상치우고 설거지 한다음
    자리에 누워계셨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방에서 TV를 아버지는 거실쇼파에서 TV를...
    아무도 어머니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죠... 그렇다고 차타면 20분 거리인 친정에 보내주지도 않고...
    저를 끔찍히도 사랑해주셨지만 어린 제가 보기에도 참 미웠었던.......
    (물론 분가하고 나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상하신 아버지로 바뀌셨습니다.)


    자녀교육상으로도 가족이 서로 아껴주는 모습은 정말 좋습니다.
    참고로 아버지의 가사참여도, 가정생활참여도, 아내와 자녀와의 친밀도, 언어사용습관(욕설 비속어사용 여부)
    와 가정분위기(민주적/권위적)가 자녀의 자아존중감, 도덕성, 리더쉽, 사회적응력, 대인관계, 폭력성 및
    문제행동여부 등의 인성 및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아이들 중에서도 성격이 밝고 리더쉽이 뛰어난 아이들 대부분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좋더군요.

    암튼 아내를 위해 설거지 하시는 파르르님 진정 멋진 남자십니다!!!!!!!!^^b

    2010.08.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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