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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연인들의 사랑의 증표, 반드시 필요한 걸까

by 광제 201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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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사랑의 자물쇠, 그곳을 직접 가보니
 
영주12경 명승지인 제주도의 용연구름다리에 N서울타워의 사랑의 열쇠와 같은 형태의 자물쇠들이 흉물처럼 변해가면서 환경오염과 교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지난 7월15일에 저의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글 내용 다시보기>

자물쇠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구름다리의 예전모습, 실제로 걸려있는 자물쇠 중 많은 수량이 이미 누렇게 녹이 슬어있는 상태였는데, 그중에 상당량은 손으로 만지기도 두려울 정도로 쇳가루가 부식이 되어 뚝뚝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자물쇠의 금속에서 빠져나온 녹물은 기존의 와이어로 흘러들어 빠르게 녹이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포스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겠지만 관련 글을 올린 지 4개월만인 최근에 제주시에서 이곳 용연구름다리의 사랑의 자물쇠 640여개를 전격 철거를 하였습니다. 시에서는 이를 철거하면서 교각의 안전과 미관을 해치고 더욱이 자물쇠를 채우고 버린 열쇠로 인하여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사랑의 자물쇠가 말끔하게 철거된 지금의 모습

환경오염과 교각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철거 이후에 또 다시 달린 자물쇠   

하루에도 수백 명이 찾는 유명 명승지가 무분별한 자물쇠로 인하여 자칫했으면 흉물스런 모습, 그리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오명을 뒤집어 쓸 뻔했는데, 다행히 더 발전하기 전에 발 빠르게 이를 차단한 것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용연구름다리 아래의 용연은 제주시의 명소로서 높이 7~8미터의 기암괴석들로 둘러싸여진 한천(漢川)의 하류지역으로 바다와 이어져 있으며, 용의 놀이터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절경을 간직한 곳이며 제주도기념물 57호 지정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용연에는 아주오래전부터 동한두기마을과 서한두기마을을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있었으나 너무 노후되어 18년만인 지난 2005년에 새로이 철탑을 세워 길이 42m, 폭 2.2m의 구름다리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또한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명시설을 화려하게 설치하였고 실제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그런데 주렁주렁 매달린 자물쇠를 모두 철거한 후, 교량의 입구에 또다시 사랑의 자물쇠를 매달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를 하였습니다. 또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열쇠를 바다에 버리지 못하도록 열쇠함을 만들어 설치하고 연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판도 세워놓았습니다.

교각에 매달린 자물쇠를 철거한 후, 입구에 세워놓은 자물쇠 시설물

 

사랑의 자물쇠는 지난 2006년, 남산의 N서울타워에 젊은 연인들이 사랑의 정표로 걸어두면서 시작되었고 남산의 새로운 명물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너무 많은 자물쇠들이 걸리면서 전망이 차단되는 바람에 일부에서는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사람들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사랑의 자물쇠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들이 사랑과 우정에 대한 언약을 하고 영원히 변치 말자는 뜻에서 자물쇠를 단단히 채운 후, 그 열쇠를 영원히 찾지 못하는 곳으로 던져 버림으로서 둘만의 확고한 믿음을 새겨 두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뜻을 생각한다면 열쇠를 버리지 말고 비치된 열쇠함에 집어넣도록 한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연인들 스스로가 환경오염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따라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언약을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형식적이고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약속보다는 마음 속 보이지 않는 곳에 담겨있는 진실 된 사랑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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