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모텔에서 하룻밤 묵어보니

혼자의 몸으로 고행을 마다않고 떠나는 여행은 다소 불편함이 있다 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습니다. 죽지만 않을 정도라면 빵 한 조각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도 있고, 비를 피할 수만 있으면 나무 밑이라도 잠을 청할 수가 있지요. 하지만 즐거움을 위한 가족여행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최소한 잘 먹고, 잘 자고, 잘 보고 와야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지요.

며칠 전 모처로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왔지요. 위 세 가지 중 잘 먹고, 잘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유독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바로 숙소 문제였답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여행지로 제주도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그 곳. 마침 성수기로 접어든 탓에 숙소를 잡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괜찮아 보이는 펜션들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그나마 어렵게 찾아낸 펜션들 중 일부는 평상시의 세배가 넘는 성수기 요금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펜션에서 하룻밤 지내는 비용으로 무려 25만원을 달라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최소 요금이고, 대부분이 이를 상회하는 요금을 요구하더군요. 아무리 잘 먹고 잘 자려고 떠난 여행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평상시의 3~4배, 터무니없는 성수기 펜션요금>
 
그래서 알아본 것이 바로 모텔입니다. 펜션처럼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곳이지요.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의 예기로는 모텔의 하루 숙박비로 6~7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라더군요. 펜션에 비하면 4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묵을 수 있기에 혹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모텔 또한 어설픈 여행객들에겐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10만원을 요구하더군요. 3~4만원에 아옹다옹 흥정을 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예약을 하고 송금까지 마쳤습니다. 웃돈을 지불한 만큼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왕이면 경관이 좋고, 청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애들이 함께 묵어야 할 것이라 더욱 그랬지요.



처음에 느꼈던 인상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건물에 커다란 욕실과 트윈베드에 꽤 널따란 방바닥을 갖고 있어 애들과 하룻밤 지내기에는 더없이 좋아 보였습니다. 더욱이 다음날 아침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모텔의 위치 또한 아주 중요했었는데, 원하던 곳에 위치해 있어 더욱 맘에 들었지요. 단, 아침이 되기 전까지만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들 녀석과 함께 침대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잠시 후 깨어보니 아들은 방바닥에서 자고 있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인 제가 코골이를 조금 했나 봅니다. 하루 종일 차를 운전하고 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했지요.

<진드기와 전쟁을 벌여야 했던 모텔에서의 하룻밤>

코를 골 정도로 피곤한 몸이었지만 몸이 가려운건 참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긁어대기에 바빴습니다. 비록 잠결이었지만 무엇인가가 팔뚝을 간질이는 느낌이 영락없이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애꿎은 팔뚝만 때리고 긁고, 때리고 긁고, 그렇게 무더운 여름밤은 지나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욕실에 들어가서야 처참하게 변해버린 팔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땀띠가 난줄 알았습니다. 에어컨이 시원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땀띠가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간밤에 잠을 설쳤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가 깨 물은 것입니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후끈거립니다. 찬물을 몇 번 끼얹고 나서야 조금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사진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유추해 보건데, 이건 분명 청결하지 못한 침대의 매트리스와 침구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불결한 침구에 서식하고 있던 진드기 등 어떠한 해충에 물린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MBC '불만제로'에서는 본격적인 피서 철을 맞아 전국 해수욕장 모텔들의 위생 실태 특별 점검에 나서 취재한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었지요.
 

제작진들은 얼마나 많은 모텔들이 침구를 재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텔을 방문해 침대시트와 패드, 베개보 등에 미리 표시를 해둔 후에 나중에 다시 찾아가 침구에 남아있는 표시를 확인한 후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었지요.

결과는 암울했지요. 해수욕장 주변의 모텔 총 7곳을 취재한 결과, 4곳에서 베개보와 침대시트, 이불 등을 재사용하는 것을 제작진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베개보는 얼룩을 감추기 위해 겹쳐서 진열하고, 침대패드는 뒤집어 재사용하며, 몸에 덮고 자는 이불은 오랜 기간 동안 교체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할 관청에서 모범 숙박업소로 지정받은 모텔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모텔들의 불결한 위생상태가 도마에 오른 지 며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이런 피해를 당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지요. 아니, 그것보다는 휴가철 특수를 예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모텔로 묵을 곳을 정해버린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뭐 생각해보면 고급펜션이라고 해서 위생상태가 좋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숙박업소의 이불보와 요, 베개보 등의 침구류는 숙박자 한사람이 사용할 때마다 세탁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목의 휴가철에 한 철장사라고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까지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면역이 되어 있는 피부라서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나았지만 자칫 어린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당했으면 어떠했을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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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고 어쩌다가...
    바가지 요금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위생상태라도 정결히 해야지 원

    2011.08.12 10:55 신고
  3. Favicon of https://pjsjjanglove.tistory.com BlogIcon 영심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만제로 보고 완전 기겁 했어요.
    아우 상상만 해도 온 몸이 가려운 것 같아요...쩝.

    2011.08.12 11:03 신고
  4. Favicon of https://yongphotos.com BlogIcon 용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바가지를 씌우는것까진 이해해도 청결하지 못한 건 정말 싫어요 ㅠㅠ

    2011.08.12 11:10 신고
  5. 대천해수욕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 25만원 하더라구요. 방2개 50주고 왔습니다....

    2011.08.12 11:36
  6. topdog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몇년전부터 절대 휴가나 연휴에 절대 국내여행가지않습니다. 차라리 가까운 동남아 가는게 훨씬 나으니까요. 휴가라는게 모처럼 스트레스없이 말그대로 쉬러가는건데 우리나라 관광지가서 바가지요금에 싸가지없는 서비스받는다는게 정말 사서 고생하러가는것 같더군요.가족단위는 비용때문에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겠지만 싱글분들은 정말 돈조금 더들이고 밖으로 나가는게 훨씬 좋습니다.올여름 휴가때 다녀온 캄보디아만 해도 10불짜리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위의 저싸구려 모텔방보다 훨씬 낫더군요.

    2011.08.12 11:49
  7. Favicon of https://redtop.tistory.com BlogIcon 더공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런거 보면 매번 해충약 들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조금만 신경쓰면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을텐데 정말 아쉽네요.

    2011.08.12 12:11 신고
  8. 풀빵구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캠핑들을 가나 봅니다.. 가장 확실한 위생이죠~~
    조금 고생스럽지만요,

    2011.08.12 12:24
  9. 한철장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달 그나마도 진짜 피크는 7월말에서 8월초까지 2주 남짓 끄때 벌어 1년 먹고 사는 분들임.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2011.08.12 13:30
    • wunderkammer  수정/삭제

      노력해서 사철 사람들 모을 생각을 해야지
      자기네는 무슨 용뿔을 뽑고 태어났다고
      한철 벌어 사철 먹고 살 생각을 합니까?
      거기 놀러간 사람들, 사철 벌어 사철 먹다가
      며칠 쉬러 가는 거 아닙니까?
      한철에 뽕 뽑아 사철 먹고 살려는 머리통은
      죄다 개량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아니면 그 모텔 이부자리 걷어다
      모텔 주인 손자 손녀들 깔아주던가요.

      2011.08.12 14:46
  10. Favicon of http://g.com BlogIcon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부병이 당장 증세를 나타낼리 없고, 빈대일 가능성이 높음. 빈대라면 침구 재사용이 문제가 아니고 침대라든가 틈새에 숨어있다 밤에 나와 흡혈함. 살충제를 사용하면 될텐데 주인이 모르고 있는 상황 아닌지?

    2011.08.12 13:47
  11. 팔 다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팔인가요? 다린줄 알었네,,,,,,,

    2011.08.12 14:10
  12. 설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생각에도 저건 빈대가 문 자국처럼 보이네요. 더 큰 문제는 빈대가 맞다면 여행때 들고가신 옷에 붙어서 글쓴분의 집까지 침투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빈대가 얼마나 전파력이 높고 끈질긴지 한번 전파되면 집을 태우기전엔 안없어진다는 말이 있을정도니 왠만하면 여행갔을때 들고간 물품들은 끓는물에라도 삶으세요.

    2011.08.12 15:09
  13. 대실손님이 많기때문에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님 나갈때마다 이불이나 매트리스보등을 교체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대실손님 엄청납니다. 숙박손님은 돈안됩니다. 대실손님이 돈되지요.
    2시간 쉬었다? 가는 방마다 이불보,매트리스보,벼개보...를 때마다 교체한다면 인력과 비용이 많이 지출되겠지요. 청소하는 우주머니 와서 머리카락만 띄어내고 그냥씁니다.

    2011.08.12 15:27
    • 불가마  수정/삭제

      글쎄요. 우리동네 모텔은 사람 나갈때마다 모두 교체하고 스팀청소기까지 돌리던데요. 해수욕장 주변이 심한건 동네장사가 아니라 한번오면 다시 볼일 없는 한철장사라 대충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련지요.

      2011.08.12 15:52
  14. 망치44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갈때 아주 큰 수건이나 얇은 이불(비행기 이불같은거) 가지고 다니세요..
    몇번 당한 이후로는 전 항상 챙긴답니다...ㅎㅎ
    그걸 무겁게 어떻게 가져가냐 하지만 옷 한두벌 부피정도니 충분하죠.

    2011.08.12 15:47
  15. Favicon of https://wind-skyrain.tistory.com BlogIcon At Information Technology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낙 바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수기에 이런식으로 하면 소비자입장에선 참 곤란한 것 같습니다;;
    너무 돈만생각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1.08.12 18:04 신고
  16. 결과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어떻게 하셨나요??
    신고나 합의를 보셨나요??

    2011.08.12 18:59
  17. Favicon of http://sochonnam.tistory.com BlogIcon 소촌남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후 그곳 너무하는 군요...ㅉㅉ

    2011.08.12 19:06 신고
  18. 역시감자탕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래서 이불 갖구.. 다녔습니다... 찝찝해서리 ㅋㅋ 남편은 극성이라구 했는데.. 아주 깔끔하게 잘 잤어요
    관광호텔이 오히려 깨끗하더라구요.. 괜히 호텔이 아닌듯 돈은... 비싸지만 오히려 펜션보다 쌌구용

    2011.08.12 19:10
  19. Favicon of https://www.kimchi39.com BlogIcon 김치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곳들이 있어서 참 문제인거지요 ㅠㅠ..

    쩝.. 이런 곳들 때문에 제대로 하는 곳들도 욕을 먹죠..

    2011.08.13 17:12 신고
  20.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참.. ㅡㅡ
    위생과 청결이 중요한데..
    지금도 모텔에서 글 남기는데요
    갑자기 위생검사를 해보고싶어졌어요..

    2011.08.13 22:52
  21.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한 예민해서ᆞ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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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7.3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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