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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주인도 없이 물건 파는 황당한 구멍가게

by 광제 201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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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 없이 물건 파는 황당한 구멍가게

손님과의 절대적인 믿음 없이는 불가능

금요일은 간만에 찾아온 휴일이었는데요,
자고로 휴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재충전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는 하루는 정말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폭염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챙겨 메고는 집을 나섰답니다.

제주올레 코스 중에서도 뜨거운 여름에 걸으면 가장 좋다는 14-1코스를 걸었습니다.
코스 중 상당부분이 밀림 속 곶자왈 지대라 나름 편했지만 간간히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태양열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땀은 비오듯 합니다.

절반정도 꽁꽁 얼린 1.5리터짜리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배낭에 넣고 갔지만 코스의 절반을 걷지 않은 생태에서 물은 바닥이 나버렸네요.
녹차단지인 오설록에 도착해서 겨우 비어있는 물병을 채웠지만 그마저도 종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바닥이 나버렸답니다.
제주올레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중간에 음식점이 없는 코스, 또한 구멍가게도 찾아볼 수가 없는 곳이랍니다.



목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종점을 조금 앞두고 있는 조그마한 중산간 마을에 도착했을 때, 구세주 같은 구멍가게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런데 주인이 없네요....;;

가게 안 냉장고에는 시원한 생수를 보니 더욱 목이 타 들어갑니다.
불러 봐도 기척이 없는 가게 안,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음료수의 가격과 돈을 넣는 돈통이 보이는 겁니다.
예감이 이상하여 다시 밖으로 나가봤지요.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쉼터로 운영하는 구멍가게였는데,
무인판매를 한다고 커다랗게 적혀 있었네요..
급하게 들어가다 보니 눈에 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인카페는 여러 곳 봐 왔지만, 구멍가게를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은 처음 봅니다.
가격표에 적혀 있는 대로 돈을 집어넣고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가면 됩니다.
자판기도 있었는데 잠깐 가동을 멈춘 모양이더군요.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잔돈도 손님이 직접 바꿔가게 했다는 것
입니다.
동전을 따로 준비를 해뒀는데, 적잖은 금액의 동전이 들어 있더군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도둑을 맞는 일은 없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동안 불상사가 없었으니 가능했겠지요.
알고 보니 상당기간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손님들과 주인장의 관계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더군요.

5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꺼내 숨도 안 쉬고 마셨네요.
믿고 살아가는 세상의 한 부분을 봐서 그런가요? 생수가 유난히 시원합니다.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온답니다. 큰 피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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