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달라는 등산객, 없다고 했더니

지지난 주말이었지요.
비를 쫄딱 맞고 한라산 정상을 다녀온 적이 있었답니다.
강추위에 무릎아래 다리부분이 완전히 젖는 바람에 생고생을 한 것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마침 혼자 산행을 간 남편이 걱정되어 아내로부터 하산 중에 전화가 걸려 왔었는데요,
강추위보다도 아내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던 황당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경직됐던 다리가 하산할 때는 피로와 함께 체중이 무릎에 실려
자칫하면 움직일 수 없는 골절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엉겁결에 벌어진 일이라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전화를 걸어왔던 아내,
조금 전 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듣고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는데요,
당시 황당했던 사연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연은 한라산 정상을 오른 후, 관음사 코스를 따라 하산하기 시작한 지 약 30분 정도 흘렀을까. 왕관봉을 타고 내려올 때 벌어졌습니다.
궂은 날씨라 평소보다는 등산로가 많이 한적했었는데, 마침 한라산 정상 쪽을 향해 걸어오는 한 등산객을 마주하였습니다.
'지금 올라가면 참 고생이 되겠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목례를 하는 순간, 이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기요."

오르던 길을 멈춰 돌아서 쳐다보는 등산객,
산행 중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라면 의례히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물어보는 경우인데,
이날도 당연히 이와 비슷한 말을 걸어올 줄 알고는 반갑게 대답을 하며 뒤를 돌아봤지요.

"죄송하지만 돈 가진 것 있으면 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

난데없이 돈을 달라는 50대 초반의 낮선 사람,
말로는 빌려달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적선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
겉으로 보기에는 유명 아웃도어 의류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것으로 봐서는 돈 만원 갖고 구걸할 사람으로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산 중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돈을 달라는 것을 보면 무언가 딱한 사정이 있을지 몰라 물어보았지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른 게 아니고 서울을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이 모자라서 그럽니다."

이 말을 듣고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어떠한 사정으로 교통비까지 구걸하는 상황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돈도 없는 사람이 비행기는 웬 말이고 그 와중에 산행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사람에게 주머니를 털어 적선할 하등의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거절을 했지요.

"산에 올 때는 돈을 갖고 오지 않아서요. 가진 게 없네요."

그런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아저씨,
사정을 하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포악한 얼굴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돈 없다고 하면 되지, 이유는 왜 물어보는데?"

순간 긴장감이 온몸으로 엄습하더군요.
건장한 체격은 둘 째 치고 상대를 노려보는 눈빛은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달려들기라도 하면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손에 들고 있었던 등산스틱 두 자루,
여차하면 이걸로 라도 방어를 할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잠시 째려보던 이 등산객, 곧바로 발길을 돌려 산을 오르더군요.
순간적으로 긴장을 해서 그런지 등에서 식은땀이 다 흐르더군요.

이후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아내가 상황을 전해 들었으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 교통비가 모자라서 도움을 청한 건지 아니면 강탈을 하려는 의도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도 없이 산행을 하면서도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어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요즘 들어 여성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인데,
이런 황당한 일이 여성에게 닥쳤다고 가정을 해보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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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복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조심해야겠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2.12.28 08:42
  3.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2848048k BlogIcon 박씨아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요즘 산에도 그런족속들이 있나봅니다~ 저도 예전에 순진할때 좀 빌려(?)주었는데~

    2012.12.28 08:44
  4. Favicon of http://blog.daum.net/kangdante BlogIcon kangdante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심에서도
    이런 사람들 의외로 많아요..
    에휴!~

    2012.12.28 08:48
  5.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ny38 BlogIcon 하늬바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찍으러 다니면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사람이 무섭습니다.
    따스한 하루 되십시오~

    2012.12.28 09:09
  6. Favicon of https://daddymoo.tistory.com BlogIcon 아빠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에...큰일날뻔 하셨네요. 정말 저 찰나의 순간에 그사람이 나쁜마음을 먹는다면
    어쩔뻔했을까요. 남자도 이렇게 무서운데 여자들이라면 더더욱.. 정말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사람 없다했는데 이런일들이 요즘 자주 벌어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쨋든 파르르님 천만다행입니다..

    2012.12.28 09:22 신고
  7. Favicon of https://pdi134.tistory.com BlogIcon 대관령꽁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갈수록 험악해지는 세상이 안타깝죠...

    2012.12.28 10:18 신고
  8. Favicon of http://blog.daum.net/01039964852 BlogIcon 아일락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이런사람이 왜 한라산에....
    분명 그사람 거짓말 일 것 입니다.!!

    이제 며칠후에 한라산 등산 예정인데... 조심해야겠습니다.

    2012.12.28 10:50
  9. Favicon of http://lanxesskorea.co.kr/120 BlogIcon 짤랑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 ^

    2012.12.28 10:50
  10. Favicon of https://yongphotos.com BlogIcon 용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정말 생각해보니 무서운 순간이었네요.
    별일없어서 천만 다행이십니다.

    2012.12.28 11:33 신고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kggsejeh BlogIcon michelle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웃기는 놈이네요... 세상에는 참 별에별사람들이 많다지요... 상식이 통하지않는^^ 재밌게 보고갑니다~

    2012.12.28 11:37
  12.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윽.....정말 황당하네요.
    산에 와서 협박성 구걸을 하다니.....
    자칫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큰일날 뻔 했군요.

    2012.12.28 12:37 신고
  13. Favicon of http://sybae.tistory.com BlogIcon 준짱서짱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틱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손의 스틱이면 든든합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요.

    신용카드도 있고, 집에 전화해서 송금받을 수도 있을테고..
    비행기 삯없다는 구걸에 응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 같네요.

    2012.12.28 16:21
  14. Favicon of https://gimpoman.tistory.com BlogIcon 지후니74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황당한 경우네요~~ 길을 가다가도 난데없이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산행을 하면서 이런 일을 사람들이 있네요.

    2012.12.28 16:26 신고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cmooky BlogIcon 우서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 산에가는데, 돈있냐 물어보면 없다고 해야겠네요....이유는 묻지 않을래요...무섭습니다...ㅡ.ㅡ

    2012.12.28 16:54
  16.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행에서요?
    왜 제주갈땐 여행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대체로 왕복으로 예약을 해 놓기 마련인데...
    왜 산에서 그랬을까 의문인걸요? 이유는... 궁금할 수도 있는데... 이젠 대답만 해야겠네요.

    2012.12.28 18:01
  17. Favicon of https://slds2.tistory.com BlogIcon ★입질의 추억★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섭군요. 말씀하신대로 여성분들도 혼자서 곧잘 산행을 하는데 그럴땐 위험하겠어요.
    그래서 전 국민이 회뜨는 걸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총기소지가 안되니 회칼이라도 소지의 일상화를 ^^;;

    2012.12.28 20:58 신고
  18. Favicon of https://care2001.tistory.com BlogIcon 산위의 풍경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끔찍한데요~ 정말 소름 돋겠어요.
    등산객 왕래가 드문곳은 혼자 가면 안되겠더라구요....
    조금 모자란다면 얼마간은 돈이 있단 소리네요.ㅎㅎ
    전화는 놔뒀다가 뭐한데요~ 즈그집에 전화하지~ ㅎㅎㅎㅎ
    암튼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입니다. 아이구 간담이야 !!!

    2012.12.28 22:37 신고
  19.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소름이 끼치네요....

    2012.12.29 22:57 신고
  20. Favicon of http://blog.naver.com/parksy02 BlogIcon 빨간풍차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자 산행하는 일도 별로 없지만 가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댓구하지 말아야겠는데요

    2013.01.04 11:28
  21. Favicon of https://geniebook.tistory.com BlogIcon 정보헌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젠 등산갈 때도 호신용품을 챙겨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황당함 그 자체네요!
    암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래서 남자든 여자든 혼자 등산하지 말라고 하나봅니다.
    분명 여러명이 같이 있었다면 그 남잔 절대 구걸사기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에휴~!

    2013.01.24 0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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