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다녀오면 좋은 서귀포 신례천 생태탐방로
답답한 하루하루의 연속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는 느낌입니다. 답답한 기분을 달래려고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예년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유원지마다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쉽게 발을 디뎌 놓기가 겁이 납니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은 없을까.
마침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숲길이 떠오릅니다. 신례천 생태탐방로, 그곳을 조용하게 다녀왔습니다. 숲길과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 탐방로, 그곳에는 자연과 함께, 오래전 제주사람들이 삶의 터전, 그리고 아픔을 간직한 제주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는 곳입니다.
요즘처럼 햇살이 뜨거운 여름철이라면 더욱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임도를 제외하고는 탐방로 전구간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원하면서 청정의 기운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례천 생태탐방로는 현재까지 1,2코스 조성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차근차근 다녀오겠지만 우선은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2코스를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서귀포와 성읍을 잇는 중산간 도로인 ‘서성로’, 그 중간에 있는 이승이오름(이승악) 입구, 이곳이 바로 2코스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지나갈 때마다 보기만 했던 곳을 이제 직접 걸어볼 참입니다.
신례천 생태탐방로 2코스 출발점은 서성로 도로변에 있는 이승악탐방휴게소 주차장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630미터 지점, 송목교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입구가 있습니다. 630미터를 걷기 싫어서 도로변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왕 걸으려고 나왔으니 조금 더 걷는 셈 치고 넓은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이승악 주차장은 이승악 바로 앞에도 있지만, 도로변에도 화장실과 함께 큰 규모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면 신례천 생태탐방로 2코스를 안내하는 현황판과 함께 제주4.3 수악 주둔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곳을 통해 곧장 올라가면 4.3의 역사적 현장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으며, 초입에서 출발하여 이승악 오름까지 약3.1km의 코스지만, 이승이오름도 한번 올라보고 또다시 주차한 곳까지 걸어 내려온다고 보면 3.1km에 곱절 이상은 더 걸어야 한다고 봐야합니다. 제가 이날 걸은 거리만도 7km는 걸은 거 같습니다.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을 뒤로하고 숲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쌉니다.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은 건천의 계곡을 끼고 이어진 탐방로지만 제주 산남지역 특유의 청정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역시 숲길 탐방은 여름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숲으로 길게 이어진 코스, 탐방을 하다보면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온갖 나무와 식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이곳에는 모새나무와 붉가시나무, 참꽃나무, 산매자나무를 비롯하여 갖가지 버섯과 이끼류 등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생태를 그대로 느껴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돌담이면 다 같은 돌담인줄 알았던, 상잣성과 구분담, 그리고 표고건조장과 숯가마터, 그리고 자연에 무사안녕을 기원했던 기도도량인 화생이궤를 만나보는 것도 숲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이 보입니다. 한라산에서 타고 내려오는 제주도의 계곡은 대부분 물이 흐리지 않은 건천입니다. 지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비가 내려야 비로소 계곡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탐방로는 신례천 계곡을 끼고 이어져 있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한 구역은 이처럼 안전하게 탐방로 구분을 해 놓았습니다. 체력에 큰 문제만 없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탐방로입니다.
걸으면서도 매번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흔한 매트하나 없이 날것 그대로 만들어진 탐방로와 그 주변으로 수십 년 된 즐비한 거목들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세월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붉가시나무 군락을 지나고 있는데요, 붉가시나무는 참나무과의 식물로서 일본, 대만,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전라도 그리고 제주도에는 해발200~800미터 사이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붉가시나무는 하천의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나무가 대체로 큰 것이 특징입니다.
입구에서 겨우 300미터 왔네요. 앞으로 종점까지 2.8km나 남아 있습니다. 온전하게 걷기만 하면 좋으련만, 사진을 찍다보면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는 걸 매번 느낍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 밑을 지나고 있습니다.
태풍의 흔적, 꽤 오래전에 태풍으로 쓰러져 죽어버린 나무, 나무에 생명의 싹을 틔운 이끼를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모새나무 군락이네요. 제주사람들은 모세낭이라고 부르는 나무입니다. 일본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 남부에 분포하는 나무로서 주로 해발600미터 이하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입니다.
이끼를 비롯해 나무의 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탐방로입니다. 온전하게 자연을 누릴 수 있어서 걷는 사람은 좋지만 자연에게는 미안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참꽃나무군락도 보입니다. 제주도의 꽃으로 지정된 나무이기도 합니다. 진달래과의 낙엽수로서 한라산 남쪽 사면에서 관찰되는 식물입니다. 이곳 신례천에 모새나무와 함께 많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꽃이기도 한 참꽃은 적색으로 이 나무에서 5월에 꽃을 피웁니다.
쓰러진 고목에 자라는 이끼, 그리고 앙증맞은 이름 모를 버섯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것도 버섯의 종류 같은데, 참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또 다른 버섯, 버섯들이 정말 많은 곳이네요.
마주 오는 사람들이 보이고 상잣성도 눈에 들어옵니다. 상잣성은 조선후기 한라산 밀림지대와 중산간 방목지 경계를 따라 쌓아 놓은 돌담으로 국영목장의 상한선에 해당됩니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국마장인 십소장(十所場)중 9소장이 설치되었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상잣성은 주민들이 직접 돌을 날라 쌓은 것으로 높이는 130~150cm, 폭은 30~50cm정도입니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목장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산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느낌의 버섯...
이곳은 제주4.3수악주둔소로 향하는 길입니다.
수악주둔소는 4.3 당시 군인과 경찰로 구성된 토벌대가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며, 제주도내에 수많은 주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한 곳으로서 자세한 설명은 차후 기회가 되는 데로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악주둔소에 오랜 시간 머물고 사진을 찍다보니 이제 겨우 1km밖에 오질 못했네요.
숯을 굽고 표고를 재배하며 건조를 했던 곳입니다.
탐방로에서 조금 벗어나 계곡 쪽으로 향하면 만날 수 있는 화생이궤입니다. 기암괴석 안에 기도도량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혼자 내려왔는데 조금 으스스합니다.
기암괴석 안에 제단을 마련하여 제를 지내는 곳입니다. 화생이괘라고 부릅니다. 최대높이는 3미터 정도이고, 안쪽으로 깊이는 5미터 정도 됩니다. 근처 마을인 신례1리를 비롯하여 남원과 효돈 마을에서 산신과 치병 제의를 맡아 산신제를 지내는 곳입니다. 과거에는 매월 12지신 중 토끼날이나 개날에 몸 정성을 다하여 산신제를 지냈으며, 사냥을 떠나거나 애가 아프면 이곳을 찾아 소원을 빌었고, 지금도 같은 이유로 찾는 이가 많다고 합니다.
계곡을 따라 한라산 방향으로 걷다가 계곡을 건넙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탐방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3분의2 지점까지 온 셈입니다.
오늘 참 버섯을 많이 봅니다. 병든 버섯일까요? 좀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또 다른 버섯...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쓴 나무토막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네요. 무슨 흔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안내판 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도 걷기는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돌담은 국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하기 위해 쌓은 구분담이라고 합니다.
터널처럼 숲으로 이어진 길이 참 예쁩니다.
건천인 계곡도 이렇게 건넙니다. 물론 우천 시에는 계곡 범람으로 인하여 출입이 금지됩니다.
이제 신례천 생태탐방로 2코스 3.1km는 다 지나온 셈입니다. 이곳에서 이승이오름(이승악)을 오르고 싶으면 약 2.5km를 더 돌면 되고, 그냥 출발점으로 내려가고 싶으면 오름으로 오르지 말고 아랫방향(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됩니다.
저는 애초에 이승악을 올라보려고 했으니 이승악으로 향했는데요, 이승악으로 가는 길에 이곳 신례천 생태탐방로에서 가장 알려진 명소인 ‘해그문이소’를 가보려고 합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안내판이 있는데요, 안내판을 따로 5분 정도만 내려가면 아주 근사한 ‘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해그문이소’인데요, ‘해그문이’라는 말은 밝은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는 말인데요, 나무가 울창하고 병풍처럼 절벽이 둘러싸여 있는 이곳의 지형을 대변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절벽 밑으로 폭20~25m, 깊이3~5m의 검푸른 색을 띠고 있는 ‘소’가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해그문이소를 나와 이승악으로 오릅니다. 이승악은 서귀포 시민들이 자주 찾는 오름으로서 가파른 언덕에는 이처럼 나무 계단과 탐방로에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10여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이승악 정상입니다.
하산하는 길에는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파른 구간은 다 내려왔습니다. 신례공동목장 쪽으로 나가면 됩니다.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숲길을 따라 이승악 입구 쪽으로 향합니다.
이승악 주차장입니다. 처음에 얘기한 이승악휴게소 주차장과는 다른 곳입니다. 온전하게 이승악만 오르는 사람들은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
이제 임도를 따라 차를 세워둔 이승악휴게소주차장으로 향합니다. 문득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눈이 부십니다.
이 주변은 최대 규모의 국영목장이 있던 곳이라 소떼들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주차장입니다. 매점과 화장실도 있으니 탐방로를 걸으면서 지친 몸을 쉬어가기엔 아주 좋습니다.
방역수칙과 거리두기 등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그리고 무더운 계절,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번쯤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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