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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라면을 맛있게 먹는 딸애의 방법

by 광제 201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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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닮아서 입맛이 걸쭉한지 모르겠지만
도무지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이합니다.

저희 딸애의 이야기인데요,

돼지고기는 비개가 붙은 껍질부분...
닭고기의 껍질...
생선의 내장...
쌉싸름한 맛의 갓김치...
젓갈..

한눈에 보기만 해도 애들은 기겁을 하거나 전혀 입에 댈 것 같지 않은 음식들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소화를 해냅니다.
아니 즐긴다고 해야 어울립니다.
차라리 아들 녀석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늘 거칠 것이 없는 딸애의 성격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난감합니다.

이렇게 독특한 딸애가 이번에는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의 일인데요,
설거지를 하려던 아내가 싱크대에 있던 냄비를 보고 기겁을 한 것입니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 사용하는 양은냄비가 완전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진위파악에 나선 아내는 결국 사고를 친 당사자가 딸애란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눈앞에 벌어진 황당한 사건에 기겁을 하여 펄쩍 뛰던 아내가 딸애를 가만둘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화살이 아빠인 제게로 날아온 것입니다.

"아빠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냄비에 대한 일로 딸애와 대화를 나눴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아빠! 라면을 맛있게 먹는 법을 알아냈어~!"

"어떻게?"

"내가 한번 해볼 테니 집에 있는 노란 냄비, 내가 가지면 안 돼?"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양은냄비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로 어떻게 하려고?"

"찌그러진 냄비에 라면을 먹으면 맛있을 거 같아서 그래.."

사실, 얼마하지도 않을 것 같은 양은냄비,
 딸애의 의욕을 꺾어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바로 일을 치른 것이었습니다.
찌그리고 나서 라면까지 끓여 먹어 보았던 모양입니다.

망치를 꺼내 죄다 찌그러뜨린 냄비,
설마 이렇게 까지 무차별하게 망쳐 놓을 줄 몰랐는데...ㅜ
괜히 맘대로 하라고 했다가 아내에게 원성만 제대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라면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끝내주더라는거~~!

그나저나 독특한 딸애의 성격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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