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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외국인 무단횡단을 보고 아들이 던진 한마디

by 광제 201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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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지인 제주도인 경우, 예전에는 관광객중 대부분이 중국이나 일본인이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서양인들도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중에는 관광객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연으로 제주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제주시내에서 가장 혼잡한 교차로 중하나인 노형로터리에서 애들을 차에 태운 채 신호를 대기하고 있을 때입니다. 상대차선 너머의 인도에서 서양풍의 외국인 한 쌍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둘 다 금발을 하고 있었고, 이들의 빼어난 외모는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운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잠시 후 인도를 얌전하게 걸어가던 이들은 좌우를 빠르게 살피더니 손을 잡은 채로 길을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도로는 왕복 6차선으로 한쪽방향의 차선엔 이미 신호대기 차량들로 꽉 들어차 있는 상태,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곡예를 하듯 빠져나가 순식간에 도로를 건너버린 것입니다. 불과 10여 미터만 걸어가면 횡단보도가 있었고 잠깐만 기다리면 신호를 받고 건널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무단횡단을 서슴치 않았던 것입니다.

<이미지는 내용과 무관>

그런데 문제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툭 던진 한마디가 가관입니다.

"어어? 외국인도 무단황단을 하네?"

무심코 던져진 것 같은 한마디, 순간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사적으로 알아차린 저는 다시 되물었습니다.

"아들~! 외국인이 무단횡단 하는 게 신기해?"

"웅..아빠~! 한국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자꾸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안하는 줄 알았거든....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하는 거 보고 배웠을 거야"

"........;;"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었지만, 우리나라사람들에게 배웠을 것이란 생각에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막상 어른들의 잘못된 행위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한참 배워야 하는 자녀의 입을 통해 듣고 보니 왠지 얼굴이 붉어짐이 느껴집니다. 평소에 무단횡단을 하는 어른들을 얼마나 많이 봐 왔기에 이런 말을 하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나, 우리나라 사람이나 해서는 안 되지만,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랬을 거야.."

"아무리 급해도 저러면 안되지..."

수습을 하려 진땀을 빼고 있는데, 이 녀석이 이제는 오히려 아빠를 가르치려 듭니다.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이럴 때는 이 녀석의 눈치가 9단입니다. 틈을 주지 않고 화재를 바꿔주는 센쓰를 발휘합니다.

"그런데..아빠~!"

"왜에?"

"친구들이 무단횡단하다 경찰관에서 들켜 혼난 적도 있거든..그런데 어른들은 들키면 어떻게 해?"

"운전할 때 벌금 내는 것처럼, 신분증 제시하고 벌금 물어야지..."

"그럼....외국인은?"

"........;;"

순간 말문이 막혀, "나중에 알아보고 대답해 주마"하고는 넘겼는데, 정말 대한민국 신분증이 없는 외국인들은 범칙금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가진 건 여권뿐일 건데,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자세하게 나와 있는 곳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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