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도축제

이런 축제 왜하나, 만신창이가 돼버린 축제장

by 광제 2010. 9. 8.
반응형




등불축제 후 수개월 째 그대로 방치, 사고우려

퍼덕퍼덕, 찢어진 천막들이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찢어진 천막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의 형상, 동물의 형상을 한, 갖가지 인형들이 머리통이 날라 가고, 다리가 잘라지고, 몸통이 찢겨진 채, 여기저기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태풍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도 합니다. 

취재를 하는 순간에도 무차별하게 찢겨진 인형들의 모습을 보고는 몇 차례에 걸쳐 흠칫 흠칫 놀래기도 하였습니다. 남량물인 전설의 고향이나 얼마 전 인기리에 막을 내린 여우누이뎐의 세트장을 보는듯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듯합니다. 정말 흉측합니다.




흡사 유령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곳, 너무 리얼한 나머지 얼핏 보면 무슨 이벤트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성황리에 축제를 마치고 난 뒤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를 하여 흉물이 되어버린 현장입니다.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지라고 자부하는 제주도에서 치러진 축제현장입니다. 이곳의 위치를 알고 나면 더욱 가관입니다.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서 불과 5분 거리, 뜨고 내리는 항공기의 창을 통해서도 훤히 볼 수 있는 위치인 제주시 이호테우해변과 인접해 있는 이호매립지입니다.

축제 당시 인기가 좋았던 용의 조형물

축제 당시 풍경

무려 3만㎡ 부지에 제주의 야간관광 활성화를 꾀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여행업협동조합의 주최로 지난 5월5일부터 6월27일까지 열렸던 '2010제주등불축제'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행사기간동안 수만 명의 시민들과 관광객이 이곳으로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이호테우해변 동쪽 진입로에 위치하고 있어 해수욕장이 개장을 하고 있었던 여름철 내내 수많은 피서객들이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오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비바람에 찢겨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봐줄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흉측한 모습으로 관광도시의 심장부를 버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관 모두가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축제를 주최한 단체는 제주관광을 대표하는 단체인 것이 분명해 보이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등이 후원을 했으니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떠한 과정에서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로 축제에 차질이 빚어졌는지, 그 속사정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또한 알 필요조차도 없지만, 제주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수뇌부들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행사라면 최소한 이렇게까지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이번 여름에 이호테우해변을 다녀간 피서객의 수가 27만 5천여 명이라 합니다. 제주시 관내 7개 해수욕장 전체 이용객은 152만 명으로 지난해 보다 40.7% 증가했다고 합니다. 53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고 하니 축하할 일입니다. 단, 수치만을 놓고 성과를 따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만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제주도를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라고 여기며 끊임없이 발길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이 어떠한 느낌과 감정을 접하고 가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릅니다. 숫자보다는 내실이 중요한데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흉물축제장의 경우를 보면 입증되는 셈입니다.  

금도 공항과 부두에서는 하루하루 갱신되는 관광객의 숫자가 카운터 되고 있을 것입니다. 제주최고의 이슈는 최단기간에 관광객 몇 만 명을 돌파하는가 입니다. 물론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 가슴 뛰는 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축제장의 모습처럼 창피하고 볼썽사나운 광경을 보여주는 것도 제주도민의 자존심이 허락치는 않습니다. 제발, 우리의 소관이 아니니 우리는 모른다고 하지 마시길, 강한 태풍 한번 더 오면 구조물들이 바람에 날아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