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쟁, 오늘부터 시작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재밌는 문화, '신구간'
제주도가 난리법석입니다.
하늘에 있는 옥황상제께서 임무를 띠고 지상에 내려온 1만8천여 신들을 모두 호출하였습니다. 하여 신들의 고장이라고 일컫는 제주도에는 오늘부터 일주일간 아무런 신도 남아 있질 않게 됩니다.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지역 용어인 '신구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바로 제주의 이사철입니다.
때문에 섬 전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예상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세대는 무려 5천 세대에 이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 세대에 3인 가족을 평균 잡았을 경우, 무려 1만5천명이 대이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1주일뿐입니다.
각종 매체에서는 신구간을 가리켜 이사전쟁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 실제로도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제주도의 이사 관련업체들은 밀려드는 예약폭주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주일을 보내야 합니다. 이사를 하는데 필요한 장비인 사다리차량이 육지부에서 특수를 누리기 위하여 긴급 공수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제주사람들은 왜 이 기간에만 이사를 하는 것일까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에 못 하나를 박는 것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고장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물론 집을 뜯어고치는 일은 더더욱 할 수가 없었지요. 신이 노한다는 까닭에서입니다. 부득이 한 경우, 일을 치르려면 신의 간섭이 없는 날을 잡아 조용하게 치르곤 했었습니다.
신구간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제주사람들은 이렇게 난리일까. 그 해답은 제주토속신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신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생활을 해왔습니다. 당장 집안에 같이 지내는 신만 보더라도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대문을 지켜주는 '문전신' 곳간을 지켜주는 '안칠성신' 등이 있어 각 가정에서 제사를 지낼 때면 이들 신에게도 필히 예를 갖추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다 헤아릴 수도 없는 신들이 수가 무려 1만8천에 이르는데, 이들 신들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지상에 내려와 임무를 수행하다가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천궁으로 돌아가 그간의 세상사를 옥황상제께 보고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또 공적에 따라 새로운 임무와 발령을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게 바로 신신(新神)과 구신(舊神)의 임무교대를 하는 신구간(新舊間)인 것입니다.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5일 후부터 시작하여 24절기 중 처음 찾아오는 절기인 입춘(立春) 3일전까지 약 1주일간을 말합니다.
1주일에 걸쳐 치러지는 전쟁, 이사철을 두고 유독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사와 병행하여 여러 가지 사안들이 이 기간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한파가 몰아쳐 더욱 그러하지만 추운 겨울에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 이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 전화 가스 등 생활 필수 요소들에 대한 집중 이설 신청 등, 때문에 가스안전공사에서는 24시간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하기도 하고, 전화국도 휴일을 반납하고 비상근무를 서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전쟁이 따로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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