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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딸애가 받아 온 선생님의 쪽지에 감동한 사연

by 광제 201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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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시험! 시험!

언제면 시험에서 해방되는 날이 올까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불과 열흘 전에 '중간고사'를 치렀는데, 오늘 또다시 '제학력평가'라는 시험을 봐야합니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시험 탓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들 녀석이 밤늦도록 못 다한 것이 있다면서 새벽 6시에 깨워 달라고 부탁을 하더니, 결국 동도 트기전인 새벽에 눈을 비비며 책상 앞에 앉는 녀석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정말 이렇게 애들을 키워야 하나 싶더라구요.

얼마나 피곤하고 졸렸으면 아침밥상위에 올려놓은 국에 코를 빠트리는 해프닝도 있었답니다. 아들 마음 상할까봐 억지로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결코 웃어 넘겨서는 안 될 일이었지요. 공부와 학교라는 전쟁터에 밀어 넣으려고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 같아, 부모가 아닌 죄인 된 심정입니다.

오늘 또다시 시험입니다. 제학력 평가라네요.

열흘 전 치렀던 중간고사와 같은 국,수,사,과, 네 과목의 시험을 본답니다.
어제는 시험을 앞둔 3학년 딸애가 조그마한 선물을 하나 들고 들어 왔습니다.
초콜릿 종류의 사탕을 싸 넣은 비닐봉지와 함께 조그마한 쪽지가 달려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이 선물은 다름 아닌 딸애의 선생님이 시험을 앞둔 저의 딸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쪽지에 적힌 메모내용이 사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연수♡
시험 잘 보는 마술 약
요번에 못 본 수학 땜에 충격이 컸겠지만,
잊어버리고 이번에 명예회복할거라 믿는다.
계산 실수가 많으니까,
빨리 풀더라도 거꾸로 검산 꼭 해야 하는 거 잊지 말고....
"집중" 잊지마, 파이팅
시험 잘 보렴


정성스럽게 마련한 사탕을 두고 시험을 잘 보는 약이라고 표현을 하였습니다.

열흘 전 치렀던 중간고사에서 수학문제를 다섯 개나 틀려 속상해 했던 딸애의 이야기를 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보기>

딸애가 받았던 충격을 선생님께서도 간파를 하셨나봅니다. 자신이 시험을 못 본 것이 왜 아빠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았는데, 그때의 일로 딸애가 자신감마저 잃어버릴 것을 염려한 선생님의 정성어린 배려가 정말로 눈물겹습니다.

저의 딸애는 지난해 35점의 수학점수를 받았던 애입니다. 솔직히 부모 된 입장에서 공부 잘하고 점수 잘 받아오는 자식새끼 반갑지 않은 부모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35점을 받아 왔을 때도 전혀 실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열흘 전, 다섯 개의 문제를 틀렸을 때에도 잘했다고 등을 두들겨 줬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학창 시절을 그대로 겪었었기에 자식새끼에게 만큼은 그런 정신적인 압박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잔잔하면서도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선생님과 같은 응원은 미처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마음으로만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번 제학력평가 수학 시험의 결과는 그저 딸애가 자신감을 찾을 정도로만 나와 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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